[미니인터뷰] 김량 재불 작가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16년 전 김량 작가는 영화에 빠져 프랑스로 날아갔다. 상업영화가 주를 이루는 할리우드가 아닌 생각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유럽영화를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다양한 영화가 상존하는 프랑스는 그에게 천국과도 같았다.

김 작가는 다양한 영화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영화계 현실이 안타까웠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영화계는 할리우드를 표방해 효과와 기술을 많이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상업영화가 영화계를 좌지우지했다. 당시보다 요즘 상황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흥행 영화가 멀티플렉스에서 2관 이상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관객들의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영화는 영화계 발전을 저해하죠. 한 번 보면 끝이잖아요. 반대로 유럽 영화는 효과가 적은 대신 상상하게 하고 생각을 하게 되죠. 한마디로 영화를 통해 인생을 다시금 생각한다고나 할까요.”

효과를 많이 사용한 영화를 접하다 보니 한국인들은 미국 할리우드식 영화를 제외한 제3국의 영화들을 지루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영화교육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 취향이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영화 보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영화 교육은 영화를 본 어린이들의 수준에 맞춰 질문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주제였어요.”

그가 잠시 한국에 들어온 목적도 청소년들에게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키드>를 보여주면서 영화 보는 법을 강연하기 위해서다. 그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읽고 알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며 “영화는 우리나라 문화가 아닌 서구 문화이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영화 뿌리를 찾는 등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예술영화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조언했다. 김 작가의 말에 따르면 독립·예술영화 지원은 수익면에서 당장 효과를 볼 수 없으나 장기적으로 영화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초 작업이다.

“상업영화에서 번 수익으로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상업영화가 관객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비주류 영화를 뒷받침해 준다면 다양한 영화가 공존하는 영화계가 오겠죠. 전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김 작가는 ‘읽을 수 있는 영화’를 엄선해 <파리가 영화를 말하다>라는 책으로 엮었다. 그는 자신의 한국 블로그에 ‘영화의 세계에서 예술가로 살고 있는 여자’라고 자기를 소개할 정도로 영화 속에서 살고 있다. 조각을 전공한 김 작가는 영화를 바탕 삼아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 분야에 매이지 않고 예술 전 분야를 접목하는 다방면적 예술가로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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