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00미터 상공에 길이 200미터인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사람들이 조심조심 건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1
높이 100미터 상공에 길이 200미터인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사람들이 조심조심 건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1

국내 최장·최고 규모로 이목
116일 만에 누적 100만 명
원주 관광 명물로 자리잡아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산행 중 만나는 ‘출렁다리’는 봉우리 사이 직선거리를 만들어 시간을 절약해 주고 산의 높이만큼 짜릿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전국에 이미 많은 ‘출렁다리’가 있지만 올해 1월 새로 탄생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는 원주를 단숨에 ‘뜨는 여행지’로 부상시킬 만큼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높이 100미터 상공에 길이 200미터로 국내 최장·최고 규모이면서 개장 116일 만에 누적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아파트 40층 높이인 이 다리 위를 청소하라는 미션을 받은 무한도전 유재석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울 근교 관광지로 가평과 양평, 춘천 등이 이미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이 다리 하나가 원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돌리게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출렁다리 입구에서 만나는 시간여행

오전 시간임에도 임시 주차장을 이용해야 할 만큼 평일에도 간현유원지 주차장엔 차량이 빼곡하다. 기자 일행은 운 좋게 간현유원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출렁다리 입구쪽을 향했다. 주차장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소금산이란 이름에 속아 “산에 소금이 있냐”고 묻는 사람을 이날 목격했지만, 소금산의 ‘소’자가 작을 소(小)라는 것을 알면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원래 소금산은 이름이 없는 무(無)명산이었다가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지금의 소금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 산에서 소금은 볼 수는 없지만,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산세를 만날 수는 있겠다.

강을 끼는 지형이라 길을 연결하는 여러 형태의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정자마을을 지나 섬강을 건널 때 간현교를 지나게 되는데, 여기서 꼭 시선을 멈춰야 할 곳이 있다.

간현교에 서서 오른편을 바라보면 폐선이 된 옛 중앙선 철길이 보인다. 인근 간현역도 개조해 레일바이크 파크로 이용하고 있는데 바로 이 중앙선 철길을 레일바이크 길로 활용하고 있다. 시간이 맞으면 승객을 태운 열차가 꼬리 쪽에 레일바이크들을 한꺼번에 싣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차가 정거장에 도착하면 레일바이크에 이용객을 태워 하나씩 밑으로 내려보낸다.

철길 뒤에 바위 병풍처럼 서 있는 다섯개의 봉우리가 눈에 들어오는데 오형제봉이다. 자세히 보면 오형제봉 중 첫 번째 봉우리 밑이 움푹 들어가 있는데 이곳에 ‘은주암’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다른 이름으로 ‘은조암’이라고도 불리는데 조선 인조 임금 때 이괄의 난리를 평정한 후 이괄의 부인인 조씨가 군졸들의 눈을 피해 은신한 장소라고 한다.

그리고 전설은 아니지만 지금 정세와 맞물려 의미있게 다가오는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중앙선 철길이 지나가는 교각에 희미한 글씨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글씨를 보기가 숨은 그림찾기 수준이다. 중앙선 철길과 오형제봉을 덮고 있는 녹음, 푸른 하늘과 짙푸른 강물 등의 풍광에 가려져 교각의 글씨에 관심을 쏟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각에서 사라져가는 글씨의 원문은 ‘때려잡자 김일성’이다. 중간에 교각이 교체 돼 없어진 글씨도 있지만 아직 육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형태다. 부분적으로 사라지고 희미해진 글씨가 그간 흘러간 시간과 아문 상흔을 나타내는 것 같다. ‘출렁다리’는 갓 태어났지만 이렇듯 ‘간현단지’의 많은 이야기가 공존한다.

간현교에서 중앙선 폐교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 기차와 소금산 오형제 봉이 보인다. 교각에는 '때려잡'이란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1
간현교에서 중앙선 폐교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 기차와 소금산 오형제 봉이 보인다. 교각에는 '때려잡'이란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1

간현교를 지나 첫 번째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면 데크로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공교롭게 계단 개수가 500개 정도고, 계단 길이도 500미터 정도다. 데크로드를 따라 약 15분 정도 올라가면 ‘출렁다리’로 이어지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데크로드 계단길이 부담 된다면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등산로를 이용해도 되는데 800미터의 완만한 길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 고민이 되는 지점은 개장 이후 꽤 많은 인파가 몰려 혼잡구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날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라 다행히 심하게 멈춰서는 구간은 없었다. 하지만 주말에는 데크로드로부터 출렁다리를 오고가는 길의 속도가 거북이 걸음이 된다고 한다. 우회로를 만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만큼은 아니지만 선택에 따라 운 좋게 빠른 길이 될 수도 거북이 속도를 체험해야 할 수도 있다.

다리 진입 직전 스카이워크라는 전망대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탁 트인 소금산 산세와 출렁다리의 아찔한 높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인파에 섞여 출렁다리로 본격 진입하면 다리가 흔들리는 진동이 서서히 느껴진다. 다리의 바닥을 유리로 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하는데 만약 실행 됐다면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다리 중간에 당도하면서 이렇게 다리가 흔들려도 될까 싶을 정도로 움직임이 강해진다. 이 와중에 일부러 더 다리를 흔드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다리가 흔들리는 것에 예민해 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름대로 출렁대는 것이니 정상적인 현상이다. 다리의 안정성을 눈으로 빠르게 탐색했다. 매우 굵은 철심 줄 여러 개가 다리를 받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니 안심이 된다. 사람들의 수많은 뒤통수, 다리 바닥 구멍 새로 보이는 상공의 높이, 양 옆에서 펼쳐지는 소금산의 산세, 출렁이는 다리 등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끝 지점이다. 주말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다리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 전망대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우회로를 사용한다. 다리 위 왕복을 제한한다는 것인데, 여러 방향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의 통행의 원활함을 위한 조치다.

원주 출렁다리 진입 직전 소금산 산세를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에 사람들이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1
원주 출렁다리 진입 직전 소금산 산세를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에 사람들이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1

♦소금산의 출렁다리는 계속 돼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출렁다리에 진입하는 방법도 있다. 등산로를 통해 소금산 정상을 지나 거꾸로 돌아오는 방법인데, 시간이 더 드는 만큼 소금산의 매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특히 80도 각도를 자랑하는 404계단은 소금산의 또 다른 명물이다. 경사가 크게 진 철계단의 아찔함은 출렁다리에 버금간다고 한다. 2시간가량의 소금산 등산로로 돌아오는 인파와 데크로드를 통해 출렁다리를 건너는 인파 300미터 완만한 등산로로 진입하는 인파 등이 이쪽저쪽에서 뒤엉켜 몰려든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리를 건너자는 공동의 목표가 세워지는 ‘출렁다리’ 효과다.

사람들이 이처럼 찾아드는 것만으로도 ‘출렁다리’ 조성 계획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원주시는 많은 인파로 인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간현관광지 입구를 4차선으로 확장하고 대형 주차장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또 출렁다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소금산에서 간현산으로 건너가는 250미터의 유리다리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404철계단을 대신해 고도 200미터의 소라계단을 설치하고 출렁다리에서 소금산 정상까지 하늘정원 수목원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늘정원 수목원길에는 계절 꽃들이 즐비하고 기암괴석을 활용한 암석정원과 명상의 공간 자작나무 숲길도 조성하고 여러가지 테마길을 만들어 볼거리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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