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다니 이게 웬말인가? 사드는 미국이 개발해 한국과 일본 사우디 등 서방을 중심으로 배치한 방어무기체계 아닌가.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고 있고, 한국에게도 사드 때문에 1년 반간 그 난리를 떨었던 중국이 사드를 운영해 들어갔다니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바로 중국판 사드라고 불리는 러시아산 S-400을 도입한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최근 남북화해 분위기와 북미회담 개최에 관한 이슈들이 넘쳐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드배치로 한국에 무자비한 경제보복까지 했던 중국이 러시아판 사드라고 할 수 있는 S-400체계를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러시아가 만든 최첨단 방공미사일 체계인 S-400트라이엄프 연대를 중국이 5월말부터 실천 배치에 들어가는 것이다. 최대탐지거리가 700㎞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국의 동부 연안에 배치하면 한국전역을 훤히 들여다보는 결과가 된다. 특히 산동반도는 주한미군이 확대하며 새롭게 주둔하고 있는 평택과는 38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거리도 봐도 미군의 주요 전략에 해당되는 미사일 요격을 하고, 주한미공군 전투기F-35 스텔스기 등의 작전을 제압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600~800㎞에 해당하는 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중국의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논리로 반발했다. 한국은 종심모드를 북한으로 돌려놓고 있고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대비한 방어무기일 뿐이라고 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한국기업에 대한 국제규범을 무시한 경제제재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서 속칭 ‘내로남불’이라고 할 정도로 러시아 기술인력까지 들여와 향후 2개월간 배치 작전을 할 걸로 보인다. 

기본체계는 미국사드와 같이 미사일 방어차량, 방공미사일 레이더장치, 지휘통제차량, 전원공급시스템 등으로 구성 체계를 이루고 있다. 러시아가 생산해 운영하고 있는 S-400이 러시아를 제외한 제3국에 배치된 것은 중국이 최초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맞서 러시아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S-400은 높게는 30㎞에서 거리400㎞에 이르는 범위에서 날아오는 스텔기는 말할 것 없이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모든 항공기 등을 요격해낼 수 있는 최첨단 방공 시스템이다. 향후 한국의 주력 전투기가 될 F-35 스텔기도 35㎞ 밖에서 탐지할 수 있다. 주한미군 사드는 이동식 발사대 6기, 미사일 48발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판 사드는 1개포대가 8~12 개의 이동식 발사대이다. 발사대 1기당 4발이니 32~48발 이상의 요격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300개 이상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그중에서 100개를 동시에 추적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6개의 표적을 동시에 격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중국은 S-400 실전 배치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대만을 겨냥한 측면도 강하다. 최근 대만섬 일대를 순회하는 폭격기 훈련과 항공모함 등의 잦은 대만해협 출몰로,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멈추지 않았던 중국으로서는 여러 가지 전략적 고려를 통해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금번 S-400 배치를 둘러싼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이율배반적인 중국의 민낯을 재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중대한 사건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한반도 근해에 출현해 작전할 때 작전 제한을 충분히 줄 수 있는 무기체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말도 못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모습을 볼 때 이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임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 씁쓸함을 훨씬 뛰어넘는다. 중국이 철회는 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외교적 역공을 통해 반대의 모습이라도 보여 국민들에게 이 현실을 상기라도 시켜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중국의 행태를 직시시키는 역할도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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