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갱도모습 위성사진. 왼쪽에 보면 갱도 방향을 바라보도록 4줄로 무엇인가가 쌓여져 있다. (출처: 38노스(38North))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갱도모습 위성사진. 왼쪽에 보면 갱도 방향을 바라보도록 4줄로 무엇인가가 쌓여져 있다. (출처: 38노스(38North))

갱도 폭파 관측 전망대 설치

南기자단 명단 통지 거부 중

北, 남북미 주도권 위해 압박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남북·북미 관계가 최근 주춤하는 가운데 북한이 내주 23~25일로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실험장을 23~25일 중 날씨가 좋을 때를 잡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알렸다. 또 북한은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한국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허용하겠다고 밝혀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핵실험장에서 갱도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등 폐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이미 진행 중인 핵실험장 폐기 과정에서 나온 폐목재 더미일 수 있으나 갱도를 향해 시야가 열려있는 언덕 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취재기자들이 북쪽과 서쪽, 남쪽 갱도 폭파 장면을 안전하게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38노스는 “이런 점으로 미뤄 준비 작업은 외국 취재진의 방문을 앞두고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북한은 남한 정부가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기자단 명단을 통지하려 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발언을 비난한 데 이어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탈북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하는 등 대남압박의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런 전방위 압박은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과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이는 기싸움의 성격과 함께 향후 남북미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반도 비핵화의 첫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대론’으로 연이은 남북미중 정상외교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북한은 중국과의 접점을 늘리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효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직접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공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또 중국식 경제개혁·개방의지를 전달하면서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돈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북한이) 5월 중에 핵시험장을 폐기한다는 것을 발표했다”는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한대성 대사)의 15일 유엔 군축회의 연설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바 있다.

또 외무성 공보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라고 설명한 것 같이 이번 행사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의 ‘노선 전환’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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