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은 직원들과 똑같이 행사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함께 어울렸다. 2002년 5월 구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는 모습. (제공: LG)
구본무 회장은 직원들과 똑같이 행사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함께 어울렸다. 2002년 5월 구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는 모습. (제공: LG)

“시간 걸려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꾸준한 연구개발로 화학·전자 ‘세계 기업’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해야… LG의인상 제정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집념의 승부사’로 통했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전 회장과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어 LG그룹의 ‘3세대 총수직’을 23년간 수행한 구본무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여기에는 구 회장의 ‘집념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가전, 기초소재 등 전자와 화학 분야의 주력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운다는 목표로 선제적인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으로 이끌었다. 가전 사업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석유화학의 기초소재 사업도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사업으로 안착했다.

“어떤 사업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단히 도전해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 중 하나였다.

2011년 11월 구본무 회장이 LG화학 유리기판공장에서 생산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LG)
2011년 11월 구본무 회장이 LG화학 유리기판공장에서 생산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LG)

구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당시 국내에서 볼모지나 다름없었던 이차 전지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20년 넘게 끈기 있게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했다. 그는 이차 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이를 연구하도록 했고 1996년에는 전지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해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회사 안팎에선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에 이차 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데 이어 중대형 이차 전지 사업 경쟁력도 인정받게 됐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대형 LCD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던 대형 OLED 개발에 나섰다. OLED TV 패널을 개발하던 세계 유수 업체들은 양산의 어려움 때문에 생산을 포기하기도 했지만, 구 회장은 미래 기술의 주도권 확보라는 일념으로 수 조원대에 이르는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럭키금성’에서 ‘LG’로 CI 변경을 주도하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졌으며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로 국내 대기업 최초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결단하는 등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의 토대를 쌓았다. 

구본무 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을 위해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은 2014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 회장이 연구과제인 올레드TV를 살펴보는 모습. (제공: LG)
구본무 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을 위해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은 2014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 회장이 연구과제인 올레드TV를 살펴보는 모습. (제공: LG)

또 구본무 회장은 ‘LG 의인상’ 등 남다른 사회공헌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그는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기업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 회장은 2015년 LG복지재단을 통해 ‘LG 의인상’을 제정,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는 뜻으로 우리 사회의 의인들을 지원하는 ‘LG 의인상’을 만든 것이다. 현재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크레인·굴착기 기사와 같은 ‘시민의인’ 등 70명이 넘는 ‘LG 의인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17년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유가족에게는 사재로 위로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사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승부사였지만 평소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틈틈이 경영진에게 ‘자만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 리더로서의 배려와 소통을 강조해왔다. 주요 행사에 참석하거나, 해외 출장 시에는 비서 한 명 정도만 수행토록 했고 주말에 지인 경조사에 갈 경우에는 비서 없이 홀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수수한 옷차림에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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