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가톨릭역사 사상 처음”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제 아동성추행 은폐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칠레 주교단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한 나라의 가톨릭 고위인사들이 성추문과 관련해 한꺼번에 사임하기는 가톨릭교회 역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칠레주교단 현직 주교 31명은 18일(현지시간)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과의 긴급 회동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퇴임한 전직 칠레주교 3명도 동참했다.

페르난도 라모스 칠레주교회의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가 저지른 심각한 과오 때문에 피해자들과 교황, 가톨릭 신자들, 칠레 전체가 받은 고통에 용서를 구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직분을 교황의 손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바티칸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교황과 칠레 주교들은 성추행 조사특사단이 제출한 보도서(2300페이지 분량)와 관련한 점검과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앞서 교황은 “조사단 서류를 읽으면서 판단이 바뀌었다. 나는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사제 성추행 사실을 거듭 사과했다.

칠레주교단과의 긴급회의에 대해선 “교회는 권력 남용과 성적 학대의 원인과 결과, 사실 은폐와 피해자들의 심각한 방치를 가능케 한 (칠레교회) 구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엄청나게 충격적인 상처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이런 혐오스러운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이번 긴급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관련한 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 교황은 주교단 회의 기간에 10페이지의 문건을 통해 칠레 주교들을 강도 높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칠레주교단의 총사퇴 소식을 접한 아동성추행 피해자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주교단의 사퇴는 전례 없는 바람직한 조치다. 이번 일로 큰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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