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불법 촬영에 대한 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불법 촬영에 대한 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9

남성 기자 등 출입 전면 통제

몰카 촬영·유포 대책 마련 요구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편파수사 부당하다. 남자들도 처벌하라!” “180명 몰카찍고 기소유예 웬말이냐!”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중 남성 모델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20대 여성 모델이 구속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포털사이트 다음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의 주최·주관으로 진행됐다. 시위에는 1만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여성이 모였다. 애초 주최 측은 참석 인원 3000여명을 예상했지만 약 4배가 넘는 여성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이에 경찰은 인도 옆 도로 3개 차선을 전부 개방했다. 집회 시작 1시간이 지나서도 집회에 참가하기 위한 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집회는 오직 ‘여성 참가’만 허용됐다. 남성 시민이나 남성 취재 기자 등의 출입은 폴리스 라인을 두고 전면 통제됐다.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선글라스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분노’를 상징하는 빨간색 티셔츠나 머리띠, 모자 등을 착용했다.

이들은 “홍대 몰카 사건으로 드러난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고 우리 사회 만연한 성차별과 사법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모였다”면서 “몰카 촬영과 유포 등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집회는 불법촬영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남자들이 벼슬이냐! 남자만 사람이냐!” “고통받는 피해자들! 무시말고 수사해라!” 등의 구호를 연신 외쳤다. ‘남 피해자 포털실검 여 피해자 야동실검’ ‘못한 게 아니라 안한거였네?’등 직접 제작한 피켓을 들고 온 참가자들도 보였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불법 촬영에 대한 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이 불법 촬영에 대한 경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9

집회가 진행되는 중간에는 참가자들이 핸드폰을 꺼내 촬영하는 시민들을 향해 “찍지 마세요!” “찍지마!” “경찰 아저씨, 저 사람 좀 잡아주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시위 운영진들은 “불법촬영 근절하라고 시위를 하는 이 순간에도 몰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다”며 “제발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에는 그간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집행유예, 수강명령 등을 받은 내용의 기사 제목(헤드라인)을 읽고 그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를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대표 발언자가 ‘대학도서관 몰카 수십회 촬영한 30대 집행유예’ 등 기사 제목을 나열하자 곳곳에서는 분노를 참지 못한 참가자들의 고함과 야유가 들리기도 했다. 이후 선발된 참가자들이 헤드라인이 적힌 종이를 찢자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큰 함성을 질렀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불법 촬영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유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9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불법 촬영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유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9

이어 ▲법전에 액체 괴물 던지기 ▲‘찰칵’ 소리에 카메라 그려진 종이 들기 ▲포돌이 부수기 등의 퍼포먼스가 추가로 진행됐다. 몰카를 당한 경험 등을 익명으로 받고 소개하는 ‘대나무숲’ 행사도 진행됐다. 집회는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성명서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집회를 지켜본 김승열(25, 남, 서울시 양천구)씨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우리 사회 불평등이 만연하단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며 “이번 시위를 계기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사회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경찰이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를 찍어 유포한 모델 안모(25, 여)씨를 구속한 것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사기관이 남성 피해자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여성 피해자 사건은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홍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은) 범행 장소나 참여한 사람이 특정됐던 사안”이라며 피의자 성별이나 사안, 성격 등에 따라 수사 차별이나 불공정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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