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6일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주요 교단장들의 연합기구인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는 두 기관의 통합 후 탄생한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가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8.16
지난해 8월 16일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주요 교단장들의 연합기구인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는 두 기관의 통합 후 탄생한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가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8.16

한기총 27개 교단, 일방통행 반기 “법인 포기 못해”… 난제 산적
한기연·한교총, 7.7정관대로 ‘기구통합 vs 이탈교단 복귀’ 팽팽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교회(개신교)를 대변해온 교회연합기관의 입지가 예전과 같지 않다.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내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대사회적인 메시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내부적으론 기관 운영자금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보수 진영을 대변해 오던 교회연합기관은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2012년 이른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분열 사태’가 터지면서 보수의 목소리가 두세 개로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한기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보수 진영을 대변하고 있다. 한교총은 진·보수를 아우른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보수와 비슷한 입장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세 단체가 오는 6월까지 통합할 것을 선언,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난제가 산적하다.

한기총·한기연·한교총의 각 대표들은 최근 ‘한국교회 통합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깜짝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반기기보다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금권선거와 이단시비 문제로 촉발된 한기총 사태 이후 수차례 ‘대통합’을 선언하고서도 몇 개월을 가지 못해 번번이 좌절된 전처가 있기 때문이다. 통합 논의에 진전이 없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 논의기구인 교단장회의가 지난해부터 대통합의 명분을 내세워 한교총을 설립하고 뛰어들면서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기총·한기연·한교총은 지난 10일 공개한 통합 합의서에서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합과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한기총과 한기연은 법인 존속을 주장하지 아니하고, 한교총은 법인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법인 기관단체의 자격과 혜택’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게 통합의서의 핵심 골자다. 동등한 입장에서 세 기관이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기대와 달리 도리어 합의내용이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내년 12월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한기총은 지금껏 쌓아 올린 공교회연합기관의 인지도뿐 아니라 실제 수십 년간 운영한 법인단체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지난해 9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칭을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엄 대표회장은 “외부(정부 기관, 타 종단 등)에 나가보면 다들 ‘한기총’만 알고 이야기한다”며 기관명 인지도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었다.

한기연은 사단법인을 등록한지 6년도 안 됐으며, 한교총은 비법인 상태다. 이들이 통합 후 법인명을 ‘한기총’으로 할 일은 만무하다. 통합은 곧 법인 한기총이 사라진다는 것을 전제로 추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한기총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1일 열린 한기총 임원회에선 ‘한기총 법인 존속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두고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한기총 소속 27개 교단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통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교단장들은 한교총을 ‘임의단체’로 평가하며 “한교총이 한기총과 진정으로 하나 되기를 원한다면, 개별적 가입과 한기총 정관 절차에 따라서 복귀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의 명분을 내세워 인지도 높은 ‘한기총 타이틀’을 버릴 수 없다며, 탈퇴한 교단과 단체들이 복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기연·한교총은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한기총 7.7정관(2011년 특별정관)에 따라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7.7정관 이후 가입한 27개 교단과 회원단체들에 대해 재심의 과정을 거쳐 받아들이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한기총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한기총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은 ‘헤쳐 모여’를 통해 털 것은 털고 다시 옛 명성을 되찾고 싶어 한다. 한기총 사태 이후 주요 회원교단과 단체들이 잇따라 이탈하며 교세가 크게 위축됐다.

현재 중견 교단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와 기하성(여의도순복음)총회뿐이다. 기침총회는 한기총에 탈퇴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실제 남은 중견 교단은 기하성만 남아 있다. 기하성도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총회 기간에 한기총 탈퇴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여, 한기총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반대하는 군소 교단장들은 통합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다시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이단시비 논란을 받는 일부 교단들은 한기총 또는 통합 기관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단 시비가 붙은 교단은 예장개혁(류광수 다락방)과 성서총회(김노아 목사), 대한보수총회·예장합동총회(박윤식 평강교회) 등이다. 이들 단체는 7.7정관에 따른 통합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외에 넘어야 할 장애물도 수두룩하다. 한기총 엄기호 목사는 예장개혁총연 이은재 목사가 이달 초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제기한 대표회장 직무정지가처분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원은 6월 초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격정지를 받은 이태희 목사에게 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의 자격을 부여한 임원회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관 문제도 있다. 한기총 정관 제3조와 운영세칙 제3조(5, 6항)에 따르면 종교다원주의자, 혼합주의들과 함께 활동하는 교단은 회원이 될 수 없다. 통합 반대파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된 예장통합과 감리교 등의 교단을 지목하며 통합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산적한 문제들로 인해 한기총·한기연·한교총이 발표한 ‘6월 통합’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통합 논의도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세 기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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