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국정농단사태에도 무기력했던 검찰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적폐청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을 찾는 듯 보였으나 새정부 출범 불과 1년여 만에 적잖은 실망을 자초하고 있다. 적폐 중의 적폐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마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에서는 현직 대검찰청 고위간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기소 여부를 두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수사단은 검찰 지휘부가 평검사들의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만 놓고 보면 과거에는 생각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으로 묶인 검사들이 검찰총장을 향해 독립된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며 항의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문무일 총장은 지난 2월 춘천지검 수사가 각종 외압 의혹을 받자 ‘독립된 수사단’을 출범시키면서 수사보고도 받지 않을 것이며 수사지휘권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수사단의 지적이다. 당초 이 사건은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한 안미현 검사가 지난 2월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에서 시작됐다. 그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돼 기소해야 하는지의 여부가 18일 열리는 전문자문단 회의에서 결정이 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자문단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문무일 총장 체제의 검찰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자문단에 맡기는 것도 옳지 않지만 여기서 김 부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이 나면 그 책임은 그대로 문 총장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소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문 총장에 대한 비판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 문 총장 체제의 전문자문단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사태를 맞은 문무일 총장의 인식이 다소 안이하다는 점이다. 문 총장은 단순히 ‘이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견이 발생하는 것을 민주주의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과유불급이요 아전인수식 해석에 다름 아니다. 문 총장이 당초 입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자 이에 일선 검사들이 저항하는 것은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발로이며 무너져가는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외침인 것이다. 그리고 막강한 정치권력 앞에서도 법대로, 원칙대로 하겠다는 일선 검사들의 결연한 의지인 셈이다. 그럼에도 문 총장은 그런 검사들과 싸우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검찰, 문무일 총장 체제의 검찰도 계속 이런 식으로 갈 텐가. 이번에도 또 특검을 말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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