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낙과 - 김왕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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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

김왕노(1957~  )

한 때 떫었다는 것은
내게도 엄연한 꽃 시절이 있었다는 것
네가 환희로 꽃 필 때 꽃 피지 못한 것이
어디나 있어 너는 영광스러웠던 것
너를 익히려 속까지 들이차는 햇살에
한 때 고통으로 전율했다는 것

익지 않고 떨어진 낙과를 본다.
숱한 네 꿈을 꼭지째 뚝 따버린 것이
미친 돌개바람 탓이기도 하지만
꼭지가 견디지 못하도록
스스로 가진 과욕의 무게 때문
한 때 나도 너와 같은 푸른 낙과였다.
 

[시평]

낙과(落果)는 그 과일이 정상적으로 익지를 않은 상태에서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익어서 절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하튼 적절한 시기를 맞지 못했거나, 그 시기가 지나쳐서 떨어지는 과일을 이르는 말이 낙과이다. 이와 같은 낙과가 지닌 모습을 생각하면 ‘논어(論語)’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지나치거나 부족하여 떨어지는 낙과. 아마도 우리의 삶도 그러하리라.

아직 제대로 익지도 못한 채 떨어진 낙과들을 바라보며, 스스로 가진 과욕으로 인하여 중도에 무너져 버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직 여물지 못한 꿈들을 꼭지 채 뚝 따버린, 그래서 떨어지는 덜 익은 꿈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있는 일들 아니겠는가. 비록 지금은 익지 못한 상태에서 떨어져버렸지만, 그에게도 열매를 맺기 위하여 꽃이 피던 시절이 있었고, 맺힌 열매 스스로 익으려고 속까지 파고드는 햇살과 함께 성숙을 향한 고통, 전율 또한 겪던 그러한 때도 있었으리라.

다만 과욕으로 인하여, 채 익지 못하고 떨어진 낙과라고 해도, 그 낙과와 같은 삶이라고 해도, 그에게는 나름의 아픔과 또 노력이 있었음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람들, 이러한 결과만을 보고, 그 결과만을 바라봄으로 해서, 그 과정은 보려하지 않는다. 과정 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익지 못하고 떨어진 낙과이지만, 한 때 익어보려고 했던 그 모습, 그 나름대로 또한 소중한 것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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