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통적 협상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하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통적 협상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뉴시스) 

고위급 회담 연기 하루 만에
미국서도 정상회담 취소 우려
“중재자로 적극적 역할 할 것”
NSC 상임위, 입장 조율하기로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로 피어오른 먹구름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도 드리워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17일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그동안 청와대는 내달 12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북미의 직접 접촉을 통한 비핵화 진전 국면을 지켜봤으나, 양측 간 이견으로 인한 갈등이 심상치 않은 수준까지 이르자 이처럼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한 언론에서 “오늘 아침 나의 한국 카운터파트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안보실장과 막 통화를 했다”고 밝혀 한미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전날 청와대는 북한이 고위급 회담 연기를 통보하자 진의 파악에 나서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루 만에 적극적인 개입으로 태도를 전환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도 취소할 수 있다고 위협한 점이 단순한 기싸움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심각한 상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성명은 매우 심각하다. 북한이 정상회담 전체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현재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50% 아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한미·남북 간에 여러 채널로 긴밀히 입장을 조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우리 정부나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가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과 태도를 충분히 전달한 다음 북한에도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충분히 전달해 접점을 넓혀 나가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NSC 상임위가 발표한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쉽게 말해 역지사지를 하자는 의미”라며 “북미가 입장차가 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가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북한도 대화를 하겠다는 기본자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오전 7시부터 1시간 가량 열린 NSC 상임위에선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를 통보한 것과 관련한 대책 논의 결과 고위급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북한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위원들은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한미, 남북 간 입장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 6.15공동행사 준비 등 판문점 선언 이행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16일 열기로 했으나, 북한은 당일 오전 0시 30분께 북측 고위급회담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으로 한미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비판하며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우리 측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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