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7

세탁기 없는 취약계층 대부분…

“공동시설 지속적인 조성, 삶의 질 향상 기대”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팔십 평생에 세탁기 처음 써 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하하하~”

‘비석문화마을’로 불리는 부산 서구 아미동 16통 일대 어르신들은 요즈음 이불빨래하고 샤워하는 재미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서구(구청장 박극제)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아미·초장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을 베란다 골목 빨래방’을 조성한 덕분이다.

‘마을 베란다’는 아파트에서 다용도로 쓰이는 베란다의 개념을 차용해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다양한 시설들을 공동사업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골목 빨래방’은 세탁기 한 대 놓을 데 없는 좁은 공간에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1호 사업이다.

16통 일대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독특한 마을 형성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 일대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일본인들의 공동묘지 위에 비석과 상석 등으로 집을 지어 삶의 터전을 삼으면서 생긴 곳으로 ‘비석문화마을’도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210여 가구에 340여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데 묘지 위에 지어지다 보니 상당수의 집이 불과 4평 안팎이다.

가구 몇 개 놓고 나면 남는 공간은 겨우 2평 남짓, 부엌이나 화장실, 다용도실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실제 현재 이 마을에는 아직도 공동화장실이 있으며 세탁기가 있는 집이 손꼽을 정도인데 이마저 밖에 설치돼 있다 보니 겨울에는 수돗물이 얼어서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이불빨래는 불가능할뿐더러 빨래를 해도 널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실정이다.

서구는 빈집을 헐어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춘 ‘골목 빨래방’과 샤워장을 만들어 지난 11일 문을 열었다.

‘골목 빨래방’이 생겼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다투어 냄새 퀴퀴한 이불을 들고나오고 세탁에서 건조까지 2~3시간 만에 뽀송뽀송한 이불을 안고 가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핀다. 세탁기 1회 사용료는 단돈 1천원(2시간 기준), 이 돈은 전기료와 세제 구입비 등으로 사용된다.

운영을 맡은 윤지선 비석문화마을주민협의회 회장은 “주민들이 가장 절실한 문제가 해결됐다”며 “옛날 빨래터처럼 사람이 하나둘 모여드니 이웃 간의 정도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다”라며 반겼다.

서구 관계자는 “피란민 이주지역인 아미·초장동은 도심과 가깝지만 도심 속의 섬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모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많다”며 “‘골목 빨래방’을 시작으로 앞으로 목욕탕, 부엌, 놀이터 등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동 시설을 조성하는 마을 베란다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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