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2년… “여성혐오 여전… 성평등 의식 높여야”
강남역 살인사건 2년… “여성혐오 여전… 성평등 의식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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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 17일 서울 마포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주제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 17일 서울 마포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주제로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5.17

사건 이후 여성 대상 범죄 10% 증가

전문가 “사회 성평등 의식부터 높여야”

신논현역서 사건 2주기 추모집회 열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그날 사건 이후 어디서든지 늘 긴장하면서 다녀요. 여성전용화장실을 찾아다니는 건 어느새 제 일상이 됐고, 늦은 시간에 낯선 사람과 걸을 때는 핸드폰을 꺼내서 통화하는 척 다니죠.”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6일 서울역에서 만난 김정아(가명, 21, 여)씨는 “언제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여성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한의 흉기에 찔려 살해된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2년이 지났다. 당시 범인인 30대 남성은 “여성에게 자꾸 무시를 당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일부러) 여성을 기다렸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특정 이유도 없이 ‘여성’을 대상으로 삼은 범죄에 여성들은 경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만연한 여성혐오와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여성들은 늘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강남역 사건 같은 여성 대상 범죄 방지를 위한 대책이 아직까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강남역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6년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는 2만 7431건에서 지난해 3만 270건으로 10% 정도 증가했다. 강남역 사건 발생 이후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한 것이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도망치치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바꾼다. 우리는 연결 될수록 강하다’ ‘16.05.17 인권 신장의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길’ 등의 문구가 기록된 접착메모지(포스트잇) 모양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도망치치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싶습니다’ ‘살아남은 우리가 바꾼다. 우리는 연결 될수록 강하다’ ‘16.05.17 인권 신장의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길’ 등의 문구가 기록된 접착메모지(포스트잇) 모양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5.17

이날 기자가 서울역에서 만난 여성들은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나도 어디서 당할지 모른다는 마음에 늘 주변을 경계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서구에 살고 있는 김초희(가명, 20대, 여)씨는 “사건을 접하고 놀란 마음에 한동안 집에 일찍 귀가했다”며 “당시 피해 여성이 나와 같은 나이대여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괜히 불안해서 그냥 집 앞에다 두고 가 달라고 부탁한 적도 많다”며 “강남역 사건 이후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바뀐 건지 모르겠다. 불안함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김수현(가명, 23, 여)씨도 “강남역 사건 이후로 남녀공용화장실을 절대 안 간다”며 “(사건 이후로) 사회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실질적인 여성 보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안전 사회를 위해서 우선 사회 구성원들의 성평등 의식부터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아 여성인권센터 티움 소장은 “제도적 개선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나 분노는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며 “성평등한 인식이 부족하면 여성 대상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사회전반에 걸쳐있는 성차별을 줄여나가고자 하는 근본적인 문제 분석과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여성 타깃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며 “왜 유독 여성들을 공격하고 있을까에 대한 정부의 분석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경의선숲길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행동)’이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7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경의선숲길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행동)’이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7

한편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2주기인 17일 오후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는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는 타이틀로 사건 피해 여성 추모집회가 열린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건 피해 여성을 추모하고, 각자의 성차별·성폭력 경험을 털어놓는 자유발언 시간을 가진다. 추모집회라는 점에서 드레스코드는 검은색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사건 발생장소인 노래방 건물 앞을 지나 강남역 번화가 골목을 왕복 행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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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북이 2018-05-17 19:19:22
성평등 가능한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