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홀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비전2030 발표에 앞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홀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비전2030 발표에 앞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비전2030·새 예술정책’ 발표… 문화예술위원회 개선 등 진상조사위 권고안 수용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정부가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정부의 새로운 문화정책 기조인 ‘사람이 있는 문화-문화비전 2030’과 ‘새 예술정책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도 장관은 “인간은 누구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 검열당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국가가 지원에서 배제한 것은 물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침해함으로써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국민에 깊은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정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해 1월 문체부에서 한 적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정부는 또한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대책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이날 “국가폭력인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위원회에서 권고한 제도개선안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체부가 공개한 ‘새 예술정책’에는 블랙리스트 집행기관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예술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개선방안 등이 담겼다. 이는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재도개선안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에 문예위의 명칭은 내년 ‘한국예술위원회’로 변경된다. 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던 문예위원장을 위원 간 호선제을 통해 선정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는 ‘국가예술위원회’를 설립해 중장기 과제로 문체부 예술정책 기능을 이관하도록 했다. 또 문예위를 비롯한 6개 주요 문화예술지원기관에 대한 제도도 개선할 것으로 권고했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가해자 처벌도 요구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비전2030-사람이 있는 문화'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비전2030-사람이 있는 문화'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새로운 문화정책 기조인 ‘문화비전2030’에는 자율성·다양성·창의성 3가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한 9개 의제와 37개 주요 과제가 담겼다.

9개 의제는 ‘개인의 문화권리 확대’ ‘문화예술인·종사자의 지위와 권리 보장’ ‘성평등 문화의 실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확산’ ‘공정하고 다양한 생태계 조성’ ‘지역문화 분권 실현’ ‘문화자원의 융합 역량 강화’ ‘미래와 평화를 위한 문화협력 확대’ ‘문화를 통한 창의적 사회혁신’ 등이다.

‘문화비전2030’은 민간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10월 발족한 ‘새 문화정책 준비단’에서 8개월 동안 총 8000여명이 참여한 토론을 거쳐 마련됐다.

‘새 예술정책’은 예술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인권 보호, 예술지원체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제고, 예술 가치 중심의 창작 지원, 예술인의 삶을 지키는 복지, 모두에 열려있는 예술 참여 환경 조성, 소수자가 예술로 어울려 사는 사회, 공정하고 활력 있는 예술시장 환경 조성, 예술의 미래 가치 확장 등 8대 핵심과제를 담고 있다.

도 장관은 “우리가 추구하는 ‘사람이 있는 문화’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면서 “다시는 이러한(블랙리스트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갈 것이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새로운 문화비전과 예술정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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