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환 ‘하나사랑협회’ 대표·한의사

 

국내 최초 남북한 한의사 면허 취득

“20년간 의료 취약 계층 의료봉사”

“남북정상회담에 감격, 전망은 글쎄”

“정부가 탈북자 고통에 더 관심 필요”

“남북이 문화적으로 서로 이해하기를”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100년 한의원’에서 만난 탈북민 중심 자원봉사단체 ‘하나사랑협회’ 대표이자 한의사 석영환 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6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100년 한의원’에서 만난 탈북민 중심 자원봉사단체 ‘하나사랑협회’ 대표이자 한의사 석영환 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6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우리 탈북민이 바라는 건 남북 교류입니다. 북한의 의료 현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북한 사람들이 빈궁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단체 회원들이 실질적인 멘토가 될 겁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100년 한의원’에서 만난 탈북민 중심 자원봉사단체 ‘하나사랑협회’ 대표이자 한의사 석영환 원장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석 원장은 북한 최고 의학 교육기관인 평양의대 고려의학부를 나와 김일성장수연구소(공식 명칭 기초의학연구소)의 연구원, 북한군 88호병원 진료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1998년 10월 아내와 함께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넘어왔지만 초기의 남한 생활은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석 원장은 “말은 통했지만 세 살배기나 다름없었다. 은행에서 업무를 어떻게 보는지도 몰랐다. 40대 남성이 가게 주인에게 담배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등 남한에 와서 처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엇보다 남한 정부에서 북한에서의 한의학 교육을 인정해 주지 않아 보건복지가족부와의 긴 줄다리기 끝에 한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얻었다. 2차례 낙방의 쓴맛을 보고 2002년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한의원을 개원했다.

2004년에는 몇 명의 탈북 의사들과 의료봉사를 시작해 2015년 사단법인 ‘하나사랑협회’를 출범했다.

석 원장은 “정착 시 정부로부터 받은 도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북에 두고 온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정성스럽게 진료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득 담은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 대표로 몸담고 있는 ‘하나사랑협회’는 남북민이 서로 이해하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통일문화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 통일문화교육, 예술문화교육 등 다양하게 봉사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의료 봉사에는 주부, 회사원,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정세와 더불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우리 단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서로 봉사하겠다고 연락이 온다”고 말하는 석 원장의 목소리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단체를 이끌어오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지금은 힘든 점보다 뿌듯하다. 후원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특히, 탈북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희망을 갖고 남한에 잘 정착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북자가 남한에 정착하기는 지금도 쉽지 않다고 석 원장은 말했다.

“임대아파트, 직장 등이 다가 아니다. 탈북해서 남한까지 오는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 북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친구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석 원장은 “탈북자의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그런 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정부가 그런 부분에 더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100년 한의원’에서 만난 탈북민 중심 자원봉사단체 ‘하나사랑협회’ 대표이자 한의사 석영환 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6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100년 한의원’에서 만난 탈북민 중심 자원봉사단체 ‘하나사랑협회’ 대표이자 한의사 석영환 원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6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다. 석 원장은 이에 대해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통일이 정말 되려나, 막연한 감격도 했다. 하지만 우리 탈북민은 절반은 기대하고 절반은 안 믿는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에서 우리가 살았고 그 시스템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이번 정상회담 때 보인 행동도 돈을 받아 자기 정권을 유지하는 데 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페이스북에 “남북이 만나는 부분에 기대가 참 크다. 그렇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 잘 하시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고 했다.

석 원장은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해 살아가는 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보탬이 된다면 아낌없이 나누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그는 “탈북민의 대변인이 될 것이다. 남한 사람들이 탈북민도 동반자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물론 우리 탈북민도 노력을 할 것”이라며 “문화적으로 서로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