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정상화를 두고 밀고 당기던 지루한 샅바싸움이 끝이 났다. 지난달 2일 방송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한 지 꼭 42일 만의 일이다. 지난 14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6.13 지방선거’ 출마 의원들의 사직 안건 처리를 위해 소집한 본회의 개최 직전에 문제가 됐던 특검 실시와 관련해 전격 합의하기에 이르렀던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3야당이 요구한 드루킹 특검과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한데 묶어 18일 동시 처리에 합의하면서 멈춰 섰던 국회 파행은 일단락됐다.

4월 임시국회 들어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단 한 번의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던지라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여론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 14일 정세균 의장이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의회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세비 반납 약속까지 했던 것이다. 이를 기화로 일부 시민단체와 국민은 국회의원들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 반납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반영하듯 여론조사에서 국회 파행 동안 의원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응답이 81.3%로 나타난 것은 국회 파행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이자 바른 판단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로 국회가 정상화되긴 했지만 실제로 특검법안이 통과되고 추경이 처리되기까지 타협할 난제들이 여전히 많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특검법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추경을 처리하고 그 다음 민생법안들을 논의하도록 대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특검법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것은 야3당에서 공동 발의한 특검법안에 대해 여야의 복잡한 셈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을 보였던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범위에 대해선 여야가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하더라도 특검 활동 시기 등을 놓고 충돌할 수 있는 점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장기간 공전하고서 정상화를 이뤄냈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커졌다. 특히 추경안에 대한 제대로 된 국회 심의권은 시기적으로 볼 때에 불가능해 보인다. 추경 처리를 하려면 해당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치는 등 필수적 과정이 있어 3일간의 기간으로는 요식행위 흉내밖에 낼 수 없을 것이다. 회기의 대부분을 정쟁에 허비하고서 단기간에 국민세금 3조 9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졸속 처리하는 것은 믿음직한 국회상은 분명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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