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일정과 장소가 확정됨으로써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돼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 회담장소로 판문점을 은근히 바랬던 우리로서는 싱가포르라는 소식에 약간은 실망했다. 그러나 2017년에 6월 초에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렸던 ‘샹그릴라 국제회의(IISS Shangri-La Dialogue)’에 초청돼 ‘북한 핵의 아세아 위협과 대응방안’에 대해 발표한 바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양국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최적의 장소를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은 그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북한의 핵폐기 문제와 평화체제정착 등이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북미회담의 길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운전대론을 내세우며 북미 간 조율사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회담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역할이 빛나는 북미정상회담에 세 가지 관점에서 기대를 걸어본다.

첫째, 핵심의제인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실현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의 의지를 확실히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무기 해체를 미국 주도로 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이 ‘보유 핵’과 ‘미래 핵’을 모두 파기하는 것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희망하고 있어, 회담의 준비 및 실시과정에서 양쪽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접점이 잘 찾아지기를 바란다.

둘째,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개략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선언과 구현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우리는 확실하게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수교 및 종전선언에 이은 불가침의사를 담은 평화협정 체결방식 등이 합의될 것을 기대한다.

셋째, 교류협력과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의 개방과 개혁의 유도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과 경제 병행노선을 지켜왔다. 김정은 정권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를 선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우리가 비핵화를 얻는다면 제재 완화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적 인센티브를 거론했다. 북한식 마셜플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경제를 활성하면서 정상국가를 향한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설 수 있는 합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번 북미회담에서는 북미 간 빅딜이 있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핵심은 북한이 트럼프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비핵화를 달성하면, 미국은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쪼록 이런 기대가 충족돼, 평화를 갈구해온 한반도 근현대사에 획기적인 변곡점을 만들고,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핵 없는 세계’로 가는 든든한 디딤돌을 놓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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