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추행 은폐’ 인정한 교황 “상처 책임 소재 가려낼 것”
‘아동성추행 은폐’ 인정한 교황 “상처 책임 소재 가려낼 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내셔널가톨릭리포터)

15~17일 칠레주교단 33명 교황청 불러 긴급회의
“구조적 문제 조사… 혐오스런 행위 없도록 변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제 아동성추행 은폐 의혹에 책임을 인정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논란의 중심에 선 칠레 주교단을 만난다. 교황청은 이번 만남을 충격과 상처를 안긴 아동성추행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함께 다시는 혐오스런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변화를 끌어낼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현지시간으로 15일부터 17일까지 바티칸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칠레 주교들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은 현직 주교 31명과 명예 주교 2명을 참석하도록 했다. 이 자리엔 주교성 장관 마크 우엘레 추기경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만남에 앞서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칠레교회에 대한 혹독한 질책과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교황이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교회는 권력 남용과 성적 학대의 원인과 결과, (아동성추행) 사실 은폐와 피해자들의 심각한 방치를 가능케 한 (칠레교회) 구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엄청나게 충격적인 상처의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며 “이런 혐오스러운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보실은 이번 만남에 대한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며, 엄격한 비공개로 진행될 것임을 알렸다. 또한 교황과 칠레주교단의 만남의 목적에 대해 “하느님 안에서 이 같은 파멸적인 상처에 대해 각자가 가져야 할 책임의 식별과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의 반복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에 대한 연구”라고 전했다. 이를 가톨릭교회 안에서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주교회의인 ‘시노드적 과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자리에는 아동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악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도 참석한다.

올해 1월 칠레를 방문한 교황은 후안 바로스 주교의 징계를 요구한 데 대해 “모든 것은 중상모략이다”고 옹호해 비판을 자초했다. 바로스 주교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제자로,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을 묵인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황은 피해자 단체의 반발에도 2015년에 그를 칠레 오소르노교구 주교로 임명해 논란을 샀다.

바로스 주교를 두둔해 오던 교황은 비난이 계속 쏟아지자 한발 물러서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지난 2월 교황청 특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했다. 이후 칠레 사제의 성추행 은폐 의혹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추문 조사단을 이끈 찰스 시클루나 대주교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이후 교황은 지난달 칠레 주교 성추문과 관련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면서 칠레교회의 쇄신을 예고했다.

23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받아본 교황은 칠레 주교들에게 서한을 보내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의 부족으로 상황에 대한 판단과 인식에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며 “조사단 서류를 읽으면서 판단이 바뀌었다. 나는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거듭 사과했다. 또 긴급으로 칠레 주교단을 소집해 성추문과 관련한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칠레 주교단도 만남에 앞서 “교회에서 발생한 미성년자와 성인에 대한 범죄와 그 범죄로 인한 고통과 부끄러움 안에서 교황과의 일치를 재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내 가톨릭 전문매체인 내셔널가톨릭리포터(NCR)는 최근 바로스 주교 외에 은폐 의혹의 의심을 받는 칠레 고위성직자 에라주리즈 오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추기경이 이번 만남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에라주리즈 추기경은 교황청 개혁 자문기구인 추기경자문단(C9)의 일원이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칠레 산티아고교구 대주교직을 맡은 에라주리즈 추기경은 당시 교황청이나 지역 당국에 카라디마에 대한 보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자신도 실수를 인정한 바 있다.

사제들의 아동성추행 근절과 칠레교회 쇄신을 목적으로 칠레 주교단을 만나는 교황이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