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황후국상도감 발인반차도. (사진제공: 조선왕실의궤환수위)

경술국치 100년, 반출된 지 88년 만에 돌아오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90여 년의 기나긴 여정 끝에 일본 궁내청에 잠들어있던 ‘조선왕실의궤’가 제자리를 찾게 됐다.

지난 10일,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를 돌려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4년 동안 의궤 환수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조선왕실의궤환수위(공동대표 김의정, 환수위)는 다음날인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왕실의궤를 한국에 돌려주는 것은 한일 간 이해와 우호를 토대로 한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환수위 사무총장 혜문스님은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1965년 한일협정에 따라 정부가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환수위를 비롯한 민간단체가 일본 의회 의원들을 만나 설득해 얻은 성과”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일, 아니 할 수 없었던 일을 민간단체가 해냈다는 여론에 대해 환수위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며 “선조의 혼이 담긴 문화재를 이제라도 찾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환수 받아야 할 선조들의 유산이 있다며, 그것을 되찾기 위해 민간단체와 정부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정도감의궤(좌)와 보인소의궤(우).(사진제공: 조선왕실의궤환수위)

▲ 조선국주상지보.(사진제공: 조선왕실의궤환수위)

조선왕실의궤는 왕실의 혼사 장례 부묘 잔치 건축 편찬 등 주요 의식과 행사의 준비과정 등을 상세하게 적고 그림으로 만든 서책이다.

의궤는 조선이 건국된 초기부터 제작됐으나 임진왜란으로 모두 소실, 조선 중기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됐으며 현재 전해지는 것 중 1601년(선조 34년)에 만들어진 의인왕후의 장례에 대한 것이 가장 오래됐다.

이번에 반환되는 조선왕실의궤는 오대산 사고 등지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한일 강제병합 후인 1922년 조선총독부가 기증하는 형식으로 유출된 일본 국내청 서릉부 소장 81종이다.

향후 환수위는 조선왕실의궤환국위원회(가칭)를 조직해 의궤 환국 절차와 그 외 일본 궁내청이 보관 중인 제실도서(帝室圖書)와 경연 등 반출 문화재 환수를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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