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내달 12일 싱가포르로 발표되면서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직통전화)’ 통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11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 구글 싱가포르 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천지일보DB, 구글지도, 백악관)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가 내달 12일 싱가포르로 발표되면서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직통전화)’ 통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11일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은 위원장, 구글 싱가포르 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천지일보DB, 구글지도, 백악관)

언론은 지나치게 상세, 전문가는 언급 없어
협상력 위해… 북미회담 이후 초대 가능성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난다면 끌려다닐 듯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이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며 폐쇄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번 폐쇄행사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핵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앞서 지난달 29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이 함께해 폐기를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공보를 통해 오는 23~25일 날씨를 고려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실제 조치인 셈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북한 외무성의 발표에는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의 기자들만 초청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핵전문가 초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는 북한의 핵능력 검증을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미뤄 협상력을 높여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날 핵전문가가 참석할 경우 핵능력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서측 갱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나타났다고 미 38 노스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38 노스는 정확한 목적은 규정할 수 없지만 추가 핵실험 준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38 노스, 뉴시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서측 갱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나타났다고 미 38 노스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38 노스는 정확한 목적은 규정할 수 없지만 추가 핵실험 준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38 노스, 뉴시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직후 공동 기자회견 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경제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 때의 약속 이행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며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의 믿음이 두터워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와 관련 언론 초청에 대해선 상세하게 알렸지만, 전문가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만약 전문가들이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면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와 마찬가지로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미·일 등 완벽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측은 계속 북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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