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한반도 비핵화 숙제의 현장 풍계리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인가? 세상 사람들의 눈이 온통 북한의 길주군 풍계리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는 행사를 한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앞서 북한 당국은 얼마 전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폐쇄하겠노라고 공식 밝힌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발표한 공보에서 “핵시험장을 폐기하는 의식은 5월 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며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어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핵시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당 제7치 3차 전원회의의 결정을 실행함으로써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약속한 사안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은 또 “북부핵시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며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공보에서 전문가 초청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특히 핵실험장 폐쇄를 취재하는 국제기자단의 편의 보장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원산을 연결하는 전용기를 보장하기 위해 영공개방 등의 조처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산에 특별히 준비된 숙소를 보장하고 기자센터를 설치해 이용토록 하고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는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해 이용토록 했다. 외무성은 “핵시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 전용렬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며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시험장 폐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 촬영한 다음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앞으로도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적극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북한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의지에 대해 환영하여 마지않는다. 일단 한반도에서의 CVID는 그 첫 노정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북한에서 핵실험은 없어야 하며 핵문제로 인해 국제 사회가 북한을 옥죄인 제재 또한 사라져 마땅하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가 하나 남아 있다. 피폭자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핵실험장 부근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거라는 우려가 많이 제기돼 왔고 통일부가 풍계리 인근에 거주하다 탈북한 30명을 조사했는데, 피폭 가능성이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풍계리 인근에서 기형아가 태어났다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귀신병’이 돌고 있다는 등 오염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통일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길주군 출신 탈북자 30명을 조사했다. 30명 가운데 염색체 이상 증상을 보인 사람은 4명, 이 가운데 1명이 피폭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당시 통일부는 “염색체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요인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방사선 피폭도 한 원인일 수 있으나…”라면서 분명한 결과를 확정하지는 않았다. 물론 방사능 피폭인지 명확하게 확인하려면 길주군 지역의 토양과 식수원 등 현장조사가 필수적인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확실한 결론은 없지만 핵실험장 인근 북한 주민들이 방사능 오염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만큼은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길주군 출신 탈북민 30여명이 자신들의 피폭증세를 적극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북한 핵문제 해결의 최종 도착점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이들의 완벽한 치료 및 보상 없이 북한 비핵화는 막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주목해 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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