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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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집을 짓는 과정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건축주의 이야기를 충실히 반영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꾸준히 듣는 것만으로도 건축가는 자신의 집을 짓는 것처럼 일을 하게 됩니다. 대화를 통해 실제로 살 사람을 위한 공간을 구성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잘 꾸려나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책임감은 물론 믿음과 신뢰가 없이는 좋은 건물이 되기는 힘듭니다. 

집짓기는 한 가족의 꿈을 실현시키는 일입니다. 건축가는 타인의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들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건축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보다는 집을 짓는 모든 과정 동안 그 집에 살게 될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좋은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빠르게 도면을 완성하고 빠르게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기보다는 건축주의 삶이 묻어나는 집을 짓는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서 도면을 그리는 시간보다 이야기를 듣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합니다.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나 새롭게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 누락되지는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십수년 전에 ‘누가 함부로 이름을 짓는가?’라는 저서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한 개인의 흥망성쇠와 이름이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누가 함부로 집을 짓는가?’가 거론될법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의 행복이 과거 사회적 출세만큼이나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튼튼한 집을 지을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우리 가족의 삶을 잘 담아내는 집을 지을지도 고민하게 된 듯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삶을 잘 진단하고 처방을 잘 내려 한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이 완성된다는 것은 건축가가 괜찮은 가이드를 제시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가는 다른 사람의 꿈을 짓는 사람입니다. 남의 집을 등에 이고 집을 짓는 과정 동안 동고동락 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건축주로서 집짓기의 첫 번째 할 일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앞으로의 고된 과정을 함께 애써줄 손발을 찾아 나서는 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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