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 가는 길을 가르키는 표지판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 가는 길을 가르키는 표지판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스라엘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하면서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미국발’ 대형 이슈로 중동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해결의 기미 없이 갈등만 쌓고 있는 중동에 이같이 대형 악재가 연쇄적으로 터진다면 위험 수위는 전쟁 전야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인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개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이슬람 모두의 성지로,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전해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한 후 국제법상으로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닌 상태다.

중동에서 종교·민족적으로 가장 예민한 문제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면 중동의 가장 민감한 뇌관에 방아쇠를 당기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종교적 충돌로 그치지 않고 미국과 아랍권, 서방과 이슬람권의 정면 대치까지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중동에서 팔레스타인과 동예루살렘은 이민족, 이종교에 핍박받는 무슬림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사관 이전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민중적 저항, 하마스의 무장 투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14일을 ‘분노의 날’로 선언하고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그 다음 날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는 ‘대재앙의 날’ 행사를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선언을 전후해 중동지역에서 긴장이 높아지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 가능성이 거론돼 왔는데, 최근 들어 실제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0일 시리아 내 불법 점령지인 골란고원의 자국군 초소를 향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가 로켓포 20여발을 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이 이란군 주둔지로 지목한 시리아 내 군기지 10여곳을 대규모로 폭격했다.

이처럼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심각한 문제는 중재안 또는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중재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오지만 현재로썬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도 10일(현지시간) 이란과 이스라엘 등 군사적 긴장을 빚고 있는 당사국들에 자제를 촉구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친 상황이다.

한편 14일 개관식에는 트럼프 대통령 대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를 비롯해 미국 정·관계 인사 등 250여명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므누신 재무장관과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미국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유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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