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정부-GM, 71억 5천 달러 지원

오는 18일 ‘기본계약서’ 체결

‘불평등 조약’ ‘견제장치’ 부족

전문가 “GM 전략 먼저 알아야”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산업은행(산은)이 한국GM에 투자계획을 밝힌 가운데 ‘먹튀’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은이 투자하는 7억 5천 달러를 두고 ‘지원만 받고 다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또 GM과 산은이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는 점,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점 등도 제기됐다.

산은과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18일 ‘기본계약서(Framework Agreement)’를 맺고 한국GM에 71억 5천만 달러(7조 7천억원)를 투입한다. 한국GM의 지분율에 따라 산은(17%)은 7억 5천 달러, GM(83%)은 64억 달러를 지원하는 한국GM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석 달간 내달린 공방 끝에 내놓은 결과이지만, 산은이 투자하는 7억 5천 달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바로 혈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이 회장은 “먹튀는 공짜로 먹고 튀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는 10년간 묶어두는 조건이기에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면서 먹튀랑은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비투자가 2027년까지 매년 2천억에서 3천억원씩 진행되는 걸 보면 이후에도 남아 있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설명에도 먹튀 우려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듯하다. 불평등 조약이라고 거론되는 이유는 GM과 산업은행이 투입하는 돈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GM은 36억 달러를 투자비 등으로 투입한다고 했지만 28억 달러는 대출로, 나머지 8억 달러는 출자전환 조건부 대출로 이뤄지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라도 한국GM을 청산할 경우 자산 처분으로 GM이 먼저 28억 달러의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산업은행이 투입하는 7억 5천 달러의 경우 출자전환이기 때문에 변제 시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한마디로 돈을 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GM도 8억 달러를 출자전환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산은과 리스크가 비슷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GM 본사도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한 결과”라고 말했다.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국GM의 임시 주주총회를 매 분기마다 열고 산은이 경영상황을 보고받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신규 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GM 노사, 정부, GM 관계자들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산은과 GM이 총 7조 7천억원(71억 5천 달러)을 투입키로 했다.

애초 GM이 한국GM에 빌려줬던 28억 달러(3조원)는 투자개념으로 바꿔 빚을 청산해줄 방침이다. 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비투자 20억 달러 ▲구조조정비용 8억 달러 ▲운영자금 8억 달러 등 모두 36억 달러(3조 9천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대출 방식으로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도 받게 되고 추후 금액도 회수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신차 2종을 배정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러한 한국GM 사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예정된 결과”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자동차업계의 특성상 단기적인 대응 방안이 나올 수가 없는 사안이다. GM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런 사태가 또 생길 것이라고 본다”면서 “GM의 방향에 따라 한국GM이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되풀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한국은 GM의 전략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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