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동몽원길(童蒙元吉), 순이손야(順以巽也)’는 산수몽괘(☶☵) 육오효의 상사다. 육오효가 동하면 풍수환괘(風水渙卦 ☴☵)이다. 몽은 어려서 무지몽매하다는 뜻과 계몽 또는 교육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몽괘에는 주역의 교육사상이 집약됐다. 수뢰둔괘(水雷屯卦 ☵☳)가 신생아의 어려움이라면, 몽괘는 둔괘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둔괘에서 벗어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 몽괘의 교육관은 지금과 다르다. 현대는 교육기회의 평등을 주장하지만, 몽괘에서는 교육을 받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자가 피교육자를 찾아가는 방법은 옳지 않으므로, 스스로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스스로 찾아간다는 것은 스승을 공손하게 받든다는 뜻이다.

몽매하면 속기 쉬우므로 기만이라는 뜻으로 인식된다. 육오효가 동하면 하괘의 구이효와 상응해 현명한 군주가 재야에 있는 스승을 겸손하게 대하는 양상이다. 백성을 스승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길상(吉祥)이다. 전쟁에서는 육오효가 사령관이다. 사령관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면 자기 쪽 구이효에 영합하므로 더욱 어리석은 짓이다. 상사인 ‘순이손’은 적이 자기를 스승으로 모시게 만들어 공손하게 대하면서 계책을 잘 듣게 유도한다는 뜻이다. 적이 스스로 기꺼이 속아 넘어가게 만들 수 있다면 최고의 속임수이다. 기만술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

외괘의 상구와 육오, 내괘의 육삼과 구이가 상응한다. 육사만 초육과 상응하지 않으며, 육삼은 육사와 상비관계가 아니다. 이는 적에게도 대단한 지혜를 갖춘 사람이 있어서 우리 쪽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적의 군주는 아직 어려서 속일 수 있지만, 상대가 깔아놓은 계책도 간단히 여길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차의 사고수준이 상식적인 추리논리 이상일 것이라고 전제해야 한다. 내괘인 감괘(坎卦 ☵)는 험난함을 의미한다. 손실과 피해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함(陷)은 함정에 빠진 상태이다. 감괘가 함정이라면 이는 초육과 육삼 두 개의 음효가 만든 구덩이이다. 구이효는 이 구덩이에 빠졌을 수도 있고, 구덩이를 가린 덮개이기도 하다. 구이는 양효로 음의 자리를 차지한 부당위이다. 성질이 강하고 거칠어서 비난의 대상일 수도 있다. 함정에 추락된 존재라면 남과 불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미끼가 되기에 가장 적합하다. 그렇다고 만만하지도 않다. 극심한 고통도 참을 수 있다. 부당위므로 물론 불안하다. 그러므로 자기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갈망하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구이는 상해를 입은 후 육오에게 투항한 양상이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상황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피해를 꺼린다. 피해를 입으면 복수하려고 할 것이다. 육오는 작은 미끼로 상대를 속이려다가 오히려 상대의 속임수에 걸려 자기도 모르게 깊이 믿는다. 상구와 육삼은 상응한다. 서로 믿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믿는다. 육사는 의심을 품지만 육오는 정확한 판단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통상적이고 논리적 사유를 제시하면 속아 넘어가는 모습이다. 아무리 설득해도 육오는 이해하지 못한다. 설득할 방법이 없다. 구이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우리 쪽과 내응하게 된다. 남북관계에서 남은 육오, 북은 구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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