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펴다

최서림

 

우리는 우리의 빈손에
얼마나 갖고서 태어난지 모르고 산다.
우리의 손 안엔 산과 들이 들어차 있고
하늘과 강이 푸르게 푸르게 펼쳐져 있다.
자신만을 위해 손을 꽉 움켜쥐고 있으면
해가 뜨지 못해, 산도 들도
캄캄한 세상 속으로 사라진다.
세상을 향해, 손바닥을 활짝 펴주면
빛 속에서, 온 세상이
그 안으로 다시 들어와 넘실거린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다 빌려서 쓰다 갈 뿐, 내 것은 없다.
손 안에 있는 것조차 모르고 살다
두 손을 다 펴고 간다.

 

[시평]

‘손을 편다’는 것은 모든 것을 놓아준다는 의미, 즉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욕망을 놓아버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은 우리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했던가.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인가를 한 움큼씩 움켜잡으려고만 한다. 움켜잡으려는 욕망, 어쩌면 육신을 지닌 인간으로서는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만을 위해 손을 꽉 움켜쥐고 있으면, 해가 뜨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산도, 또 들도 모두 캄캄한 세상 속으로 사라지리라. 자신의 욕심에 갇혀버림으로 해서, 그 갇혀진 만큼 세상으로부터 자신은 멀어져가고 마는 것이리라.

손을 움켜쥐는 세상이 아닌, 손을 펼 수 있는 세상. 그리하여 빛 속에서, 온 세상 모두가 그 안으로 다시 들어와 넘실거리고 있는 세상. 실은 우리 모두 바라는 세상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은 그런가. 오늘도 어제도 또 내일도 세상의 사람들, 너나없이 모두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손 움켜쥔 채, 움켜진 손 결코 펴려하지 않으며,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움켜쥔 손, 펴는 그러한 날, 오기를 바라는 마음, 어디 한 시인만의 마음이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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