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해인사 출신으로 부천에서 포교당을 운영하는 A스님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108배를 하며 참회정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0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해인사 출신으로 부천에서 포교당을 운영하는 A스님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108배를 하며 참회정진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0

“불교 내부서 해결할 수 없어
사법권이 나서서 수사해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교육원장 현응스님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두 스님들의 직권을 정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불교 내부에서 의혹을 해결할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법권이 나서서 수사해야 합니다. 많은 불자들이 깨끗한 불교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22일)을 앞두고 MBC PD수첩 ‘큰스님에게 묻습니다’가 방영되며 조계종 안팎에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종단 내에서 설정‧현응스님에 제기된 의혹들을 조속히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조계사 앞에서 만난 불자 이민석(가명, 20대)씨가 이같이 말했다.

앞서 설정스님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종단발전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전권을 위임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조계사 인근에서 만난 일부 스님과 불자, 시민들은 이제 불교 내부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두 스님의 빠른 퇴출과 사법권의 수사를 요구했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쳐온 허정스님은 종단발전혁신위 출범에 대해 “위원회를 꾸리는 사람이 설정스님”이라며 “위원을 아전인수격으로 모집할 거 같아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미 피디수첩에 두 스님에 대한 의혹들이 방영돼 종단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는데 아직도 내부에서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많다”며 “많은 사람이 두 스님들이 내려오기를 바라고 있다. 천만불자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황예지(23,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씨는 “불교 내의 문제인데 불교 내에서 기구를 만든다고 자정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번 사태는 외부 단체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신도들은 큰 스님이라고 해서 무조건 맞다 하지 말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류예슬(25, 여,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씨는 “불교에서 큰 스님이라고 하는 분이 이런 의혹들이 붉어지니 배신감이 느껴진다”면서 “공적인 사람인데 그러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틀째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108배를 하며 참회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A스님은 “불교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며 “대국민적으로 어느 누군가는 나서서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하기에 경기도에서 올라왔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날도 ‘작금! 불법문중이 세상의 희롱거리가 되어버린 사태에 대체 누구라도 나서야 되겠기에 소납이라도 나서서 불자님들과 국민들께 엎드려 참회 드립니다’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불상이 아닌 조계종단을 향해 연신 몸을 굽혔다.

종단발전혁신위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은 “세부적인 건 아직 논의 중이지만, 현재는 종단 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각계각층의 스님들의 추천받아 구성할 예정이다.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정스님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현재 나간 입장 그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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