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공단 폐쇄 후 10년 지난 기분

판문점 선언 후 너털웃음 터져

 

북미회담, ‘비핵화’ 합의 예상

장소는 ‘판문점·평양’이었으면

 

북미회담 이후 방북 신청할 것

공단 재가동 후 ‘안전장치’ 필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예상외의 발표문이 나와서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이런 날도 오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TV를 보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발표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활짝 핀 신 비대위원장의 얼굴에서 개성공단 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신 비대위원장은 “2016년 2월 급작스럽게 공단에서 철수한 뒤 2년 2개월을 거의 10년 이상 된 기분으로 살아왔다”면서 “새 정부 들어서 큰 기대를 했지만 1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로 속수무책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주기업 업종별 대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지난 3일 구성하고 개성공단 재가동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 비대위원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의제에 경제협력을 넣지 않는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경협이 사실상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며 “그래서 이렇게 웃을 수밖에 없다. 회한과 희망, 기대가 섞여 있는 웃음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내용을 담은 USB를 건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을 동해권·서해권·접경지역 등 3개 벨트로 묶어 개발하고 이를 북방경제와 연계해 남북이 동북아 경제협력의 허브로 도약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선 남북 철도망 구축사업이 선결 과제로, 이번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 등이 담겨 있다.

특히 개성공단 재가동은 남북경협의 선결과제로 꼽힌다. 10.4 공동선언에서도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을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 수송을 시작하고, 통행·통신·통관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 조치를 조속히 완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이 관계자들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TV로 보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 위치한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대위원장이 관계자들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TV로 보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신 비대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로 볼 때 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큰 돌발변수가 없는 한 비핵화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싱가포르나 제3 지역은 의미가 떨어지지 않겠는가”라며 “개인적 바람이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판문점이나 평양, 우리나라 제주도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 비대위원장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올해 10월로 예상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를 넘길 이유가 없다”며 “제 바람은 8월 15일 광복절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된 뒤 10.4 선언 좌우로 해서 정신도 이어갈 겸 10월 정도에 전격 재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신 비대원장은 5월이나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신청이 허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방북신청을 하겠다는 게 신 비대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전에는 북미회담 전이라도 방북신청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남북회담 결과가 예상외로 좋아서 북미정상 회담 후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를 지켜본 뒤 가는 게 타이밍상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총 124곳 중 101곳 응답)의 96%가 재입주 의향을 밝혔다. 신 비대위원장은 “두고 온 자산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성공단만한 경쟁력이 없다”며 “동일 언어를 사용하고 동남아나 베트남 등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의 저렴한 인건비 등의 이유로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한에서는 제조업 하기 쉽지 않다. 개성공단 철폐 후 충남 예산에 공장을 세워서 5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지만 참 힘들다”며 “남한과 북한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신 비대위원장은 현재 각종 어망, 통발, 로프, 부표(EPS), 닻 등 어구 제조업체 신한물산의 대표이사이다.

특히 개업공단 입주기업인들은 나름대로 소명감과 사명감이 있다고 신 비대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들은 남북 화해무드에 일익을 담당하고 통일에 한몫할 수 있으며 냉전을 평화로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해왔다는 자부심 있다. 또 안보의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이 있으므로 울타리가 될 수 있고 남북의 어떤 국면을 만들어나가는 자양분의 역할을 한다는 게 신 비대위원장의 견해다.

그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경험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비대위원장은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가서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런 맥락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사명감 내지는 역할의 정당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에 대해 “하루속히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 비대위원장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과 교역 시 실패할 경우 선진국에서는 그에 대한 후속 조치가 다 되어 있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휘둘림 없이 개성공단에 재입주하면 영구 존속할 수 있도록 입법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70억원으로 책정된 경협 보험의 한도를 높이든가 투자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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