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소녀 ‘어텀(최성은 분)’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소녀 ‘어텀(최성은 분)’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두산아트센터 인문극장 두번째 작품

장기 이식 통해 이타주의에 질문 던져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게 사실은 크나큰 폭력임을 시사하는 연극 ‘피와 씨앗’이 공개됐다.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프레스콜은 배우 우미화, 박지아, 안병식, 이기현, 최성은의 드레스리허설과 전인철 연출, 김요안 프로듀서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연극 ‘피와 씨앗’은 두산아트센터의 인문극장 두번째 작품이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의 어떤 행위를 이타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인간의 희생은 어느 순간 발생하며 그 희생을 값지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질문을 던지며 이타주의의 의미를 성찰한다.

연극 ‘피와 씨앗’은 영국 극작가 롭 드러먼드의 2016년 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초연된다. 연극은 장기 이식을 두고 벌어지는 가족 사이의 치열한 갈등을 통해 이타주의와 생명윤리에 질문을 던진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배우 우미화와 최성은이 드레스리허설에 참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배우 우미화와 최성은이 드레스리허설에 참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12살 소녀 ‘어텀’은 할머니 ‘소피아’, 이모 ‘바이올렛’과 함께 살고 있다. 어텀은 두번에 걸친 신장이식 수술에 실패하고 마지막 신장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어텀의 집에는 잠시 출소 허가를 받은 소피아의 아들 ‘아이작’과 아이작의 보호관찰관 ‘버트’가 머물고 있다. 소피아는 손녀를 위해 아이작에게 신장을 이식해 달라고 요구하며 그게 옳은 일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아이작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련의 과정에서 이 가족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전인철 연출(좌)과 김요안 프로듀서가 질의응답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전인철 연출(좌)과 김요안 프로듀서가 질의응답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김요안 프로듀서는 “작품이 장기 이식이라는 민감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이타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원작가가 생명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논리에서 인물의 딜레마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과 연습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한국 초연의 연출을 맡은 전인철 연출은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 혹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타인에게 권유하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며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그런 권유·주장이 폭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전인철 연출이 질의응답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전인철 연출이 질의응답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작품 속 갈등은 마을의 오랜 전통인 ‘밀알의 여신’ 의식에서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은 작품 전반에 걸쳐 밀짚 인형을 들고 기도문을 외우는 의식을 선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 연출은 “켈트족의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섞인 의식”이라며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켈트족의 문화는 무속신앙 같은 느낌일 거라고 생각한다. 켈트족 문화나 종교적인 의식을 다룰 때 이질적으로 받아졌는데, 관객 또한 내가 느낀 이질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피와 씨앗’은 독특한 무대 활용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이 드나드는 무대 왼쪽 대기 공간을 어텀의 방으로 연출했고, 무대 뒤편을 밀밭 등으로 연출했다.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이 공간에서 진행되는 연기는 소형카메라에 담기고, 실시간으로 무대 벽면에 영상이 상영된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아이작’ 역을 맡은 배우 이기현이 자해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피와 씨앗’ 프레스콜이 진행된 가운데 ‘아이작’ 역을 맡은 배우 이기현이 자해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8

이런 연출은 전통적인 연극 연출을 탈피하고자 한 전 연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전 연출은 “연극 외 다른 예술의 매력적인 부분을 가져와 작업하고 싶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영상을 사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떤 형태의 영상을 사용해야 할지, 영상에 어울리는 연기는 무엇일지, 카메라 워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탐구하고 시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무대연출과 생명윤리 딜레마로 관객을 사로잡는 연극 ‘피와 씨앗’은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소피아’ 역에는 배우 강명주, 우미화가 더블 캐스팅 됐으며 ‘바이올렛’ 역에 배우 박지아 ‘버트’ 역에 배우 안병식 ‘아이작’역에 배우 이기현이 출연하며 배우 최성은이 ‘이텀’으로 분해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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