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경찰서 전경. (출처: 뉴시스)
경북 구미경찰서 전경. (출처: 뉴시스)

주민등록 말소에 아기 출생신고도 안돼

주민센터 등 관내 거주 여부 파악 못해

“복지인력 늘려 적극적인 발굴 나서야”

 

[천지일보 구미=송해인 기자] 경북 구미시에서 20대 아빠와 두 살배기 아들이 숨진 채 발견돼 사회복지 안전망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구미시 봉곡동의 한 원룸에서 이들 부자는 몸이 매우 야윈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부검결과 위에서 내용물이 발견돼 굶어서 영양실조로 숨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 4월 초에 숨진 지 서너달 이상 지나 발견된 증평 모녀 사망사건, 그리고 광주에서도 60대 남성이 혼자 죽음을 맞은 뒤 두달여 만에 발견되는 등 고독사한 후 한참이 지나 발견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을 계기로 지자체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수 조사를 하고 생계유지를 위한 긴급복지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또 젊은 아빠와 아기(생후 16개월 추정)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앞선 사례와 같이 이 가정은 두달 전부터 월세를 내지 못했고 도시가스가 끊겼으며 숨진 아빠 서모(29)씨의 동거녀가 수개월 전 이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직장생활 여부, 병원 진료기록은 물론이고 외부인과의 접촉에 대한 것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 사실상 외부와 접촉을 끊고 살아 이웃 주민조차 이들의 생활환경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생활고로 인해 은둔 생활을 해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아기 출생신고도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미보건소는 예방접종 안내장도 보내지 못했고, 동 주민센터는 이들이 관내에 살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구미시는 지난달 80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실시했지만 생계가 어려운 젊은 가정의 실태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긴급복지 가구는 소득·재산 기준에 따라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70만원의 긴급 생계자금과 의료를 지원하지만 이들 가정에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역 민간단체와 함께 저소득층 발굴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공·민간의 복지 인력을 늘려 적극적으로 사각지대 발굴과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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