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한반도’, 현실의 한반도 상황을 가장 잘 어울리게 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세계는 이 작은 나라인 땅 끝 즉, 동방의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 아니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려 이 한반도를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그저 살아온 것이 아니라 절대자의 섭리를 따라 시대마다 사조(思潮)를 낳고 역사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 역사와 그 시대를 풍미하게 했던 사조는 오늘을 있게 한 힘이며 나아가 증인이다.

격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도 눈앞의 것만 볼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때 비로소 오늘이 보이고, 오늘의 내가 보일 것이다.

인류의 출현은 우리의 상상 그 이상으로 오래됐다. 그러나 그 기원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문명이 시작된 후로 보는 게 정설이다. 문명이 시작됐다는 의미 또한 중요하다. 인류를 창조한 창조주의 역사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며 바로 동방으로부터다. 이 동방(東方)은 동방(東邦) 즉, 동쪽에 있는 나라를 말하는 게 아니라, 해가 일찍 뜨는 곳이 동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 표현이다. 이처럼 동쪽에서 뜬 해가 온 세상을 주관하듯, 창조한 만물을 주관하는 창조주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을 동방이라고 한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즉, 인류 문명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 동방이며 이를 해 뜨는 곳이라 부른다. 이를 다르게 부를 때 조선(朝鮮)이라 부르며, 우리 민족의 시원이 된 최초의 고대국가가 바로 조선이었다. 이 조선이 훗날 이성계에 의해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건국하므로 고조선(古朝鮮)이라 했으니, 우리 민족의 최초 고대국가의 국호다.

오늘날까지 이 조선이라는 국호가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명맥이 이어져 온다는 것은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으며, 색다른 의미를 부여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고조선의 민족이 바로 하나의 혈통으로 이어져 온 한족(漢族)이 아닌 한민족(韓民族)이다.

이같이 동방으로부터 시작된 문명은 서양에 의해 동방문명 즉 오리엔트(orient, 해 뜨는 곳)문명이라 불리기 시작했으며, 바로 4대문명(이집트문명-나일강 유역, 메소포타미아문명-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 인도문명-인더스강 유역, 황하문명- 황하강 유역)이다. 이 오리엔트 문명은 인류문명의 발상지가 됐고,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문명의 근원이 된 것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인류 문명 또한 동방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이동해 왔던 것이다. 4대강 유역에서 발원한 문명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강유역이라는 농경문명의 한계에 직면해 더 이상 발전이 어렵게 되자 자연발생적으로 강에서 해양을 낀 해양문명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중해의 작은 해협인 에게해를 중심으로 그리스 아테네 문명을 일으켰으며, 펠로폰네소스전쟁의 승리로 스파르타가 아테네문명을 이어받았지만 결국 에게해 도시국가들을 어거해 나갈 힘이 부족해 결국 쇠락하게 되고, 그 문명은 다시 지중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로마로 문명의 중심축이 이동하게 됐다. 이 로마문명은 각종 철학과 미술 문학 등 찬란했던 아테네문명에 새로운 문명을 업데이트시킴으로 ‘모든 길은 로마로’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강대해지면 분열이 뒤따른다는 것처럼, 서로마와 동로마로 갈라지고, 서로마는 게르만족에 의해 동로마는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결국 멸망당하고 만다. 이를 이어받은 세력이 바로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에 있던 스페인제국이며, 영국 이전에 이미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닉네임을 먼저 가졌던 나라다. 이 스페인은 온 세계를 가톨릭화 하려했던 나라며, 앞선 문명과 종교의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스페인문명 역시 대서양에서 해적질하며 살아가던 보잘 것 없던 엘리자베스여왕의 나라 영국에 의해 무적함대는 격침당하고 청교도라는 신교도들에 의해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며 또 다른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등극했다. 그러나 그 해는 순리를 쫓아 지게 되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이주한 크리스천들에 의해 세워진 아메리칸 합중국에 의해 또 다른 문명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며 새로운 신질서를 구축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을 향해 가다가 지고 다시 동쪽에서 뜨게 되니, 곧 진리다. 이처럼 인류의 문명 또한 동방에서 시작해 해양문명을 일으키며 서쪽으로 이동해 왔다면 지금의 때가 어느 때인지를 분별해야 하며, 왜 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각축이 예사롭지 않은지를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생각과 사상과 철학으로 도래한 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고, 온 세계를 리드해 나갈 만한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을 회복하고 일으켜야 할 때임을 이 시대는 알리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구동성으로 이 민족을 향해 ‘동방의 나라’라고 부른다. 특히 성인 타고르는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노래했다. 이 민족이 창조주의 역사가 시작됐던 동방 곧 해 뜨는 곳이었다는 증거가 되며, 지금 그 등불이 다시 켜지고 있다는 증거 또한 되고 있다는 귀한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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