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매 학기 초에 학교별로 ‘학부모 참관수업의 날’ 행사를 한다. 학부모 참관수업은 ‘교사 수업의 전문성 제고와 수업공개를 통한 학부모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삼중고가 되어 버린 낡은 제도”라고 비판하는 의견과 “부모가 내 아이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도 학부모 참관수업은 달갑지만은 않다. 참관 수업이 계획돼 있으면 평소에 하지 않던 여러 가지 수업 자료를 준비한다. 보여주기식까진 아니더라도 평소 수업보다는 더 준비된 자료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수업을 잘하든 못하든 수업 공개는 교사에게도 큰 부담이지만 교육을 서비스하는 직임을 감안해 학부모에게 수업 공개하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지금껏 시행해 오던 학부모 참관수업이 최근에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예기치 못했던 부작용이 부각되며 새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은 지역의 경우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등이 많아 학부모 참관수업을 꺼리는 경우가 더 많다. 심지어 아이가 자신의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어 아이와 부모 양쪽 다 상처를 받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워킹맘의 경우도 회사 눈치 안 보고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직장이 많지 않다보니 부모로서 미안하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참관수업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엄마나 아빠의 빈자리를 교실이란 작은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비교하며 느낄 아이들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일하느라 참관수업에 오지 못하는 부모를 자랑스러워하도록 가르치는 교사의 세심함도 필요하다. “엄마, 아빠가 사랑하지 않아서 안 온 게 아니라 회사에서 너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못 온 겁니다. 여러분 모두는 사랑받는 소중한 아이들이에요”라는 교사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부 교사가 참관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오늘 참관수업에 오신 부모님을 가서 안아드려요”라고 했다는 것은 참관수업을 홀로 견뎌야 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마음에 상처를 주는 생각 없는 행동이다. 학부모도 요란한 치장으로 과시하러 가기보다는 조용히 수업만 참관하고 교실을 떠나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참관수업이 끝나면 학부모가 바로 교실을 떠나도록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신경을 써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교사와 부모 양측 입장과 부정적 측면을 다 고려해도 학부모 참관수업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이가 어떤 교실에서, 어떤 교사에게, 어떻게 수업을 받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책상과 사물함도 보고 학급 게시판에 걸린 작품도 보고 반 친구들도 볼 수 있어 아이와 대화할 때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 학교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부모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게 할 수 있어 아이의 자존감도 높아진다. 참관수업뿐만 아니라 학부모 일일 교사에도 적극 지원해서 참여하면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필자도 어릴 적,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한 번도 마중을 오지 않았던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지나고나니 다 추억이고 경험이다. 지금과 같이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 엄마가 오지 않은 슬픔은 아이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풍요만 느끼며 살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어릴 적부터 적당한 결핍은 오히려 아이를 더 단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학부모 참관수업을 지역별, 학교별 환경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실시하도록 방침을 수정해야 한다. 학기 초에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 여부와 실시 시기, 방법 등을 의견 수렴해 최선의 학부모 참관수업을 기획하고 준비해서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역기능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학부모 참관수업의 순기능을 극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 낳기만 강조하지 말고 부모가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자녀의 양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사들에게 실시하고 있는 ‘자녀 돌봄 휴가제-1년에 18시간을 자녀 학교 방문 및 상담에 쓸 수 있는 제도’를 기업에도 확대해 부모가 눈치 보지 않고 자녀의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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