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진행되면서 일부에서 한미동맹의 조정과 주한미군의 철수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반도가 평화통일되어 안정되는 기간 동안 한미동맹의 기조는 유지되고,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통일 과정에서 독일에 주둔했던 NATO군과 외국군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서독은 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핵심 회원국으로서 양 진영의 최첨단에서 대치했다. 서독은 상비전력 49만 5000명과 예비군 75만명을 유지했으며, 미군을 주축으로 한 외국군은 7개국 14개 사단 약 40만명이 주둔했다. 동독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22만 100명의 상비전력과 32만명 규모의 예비군을 유지했으며, 38만 5000명의 소련군이 주둔했다.

독일통일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은 통일독일이 NATO회원국으로 잔류해야 됨을 계속 강조했다. 미국의 베이커 국무부 장관은 1989년 12월 12일 베를린 기자협회에서 “독일의 통일은 독일이 4개 전승국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NATO와 EC회원국으로서 책무를 다할 때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통일독일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켜 유럽의 평화유지에 기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소련은 1990년 초까지도 통일독일이 NATO에서 탈퇴해 중립국의 위상을 갖기를 희망했으나, 1990년 2월 11일 콜 독일 수상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회담 이후 통일독일군의 감축과 NATO군의 동독지역의 진출제한, 동독에 주둔한 소련군의 평화로운 철수 보장 등에 합의했다. 독일은 안보정세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서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단기간에 평화통일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고 군의 감축을 단행할 수 있었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의 국가이익의 구현 차원에서 네 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의 주둔 규모를 축소해왔다. 그때마다 우리는 ‘포기의 공포’를 겪으며 자주국방을 부르짖었다. 앞으로 한미 양국은 동맹국가로서의 공동 의무를 확정한 후, 공동의 안보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 임무, 책임을 규정해 나가는 동맹전략의 변화가 요구된다. 양국은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상호 보완적으로 국방전략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를 미국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양국의 합의와 협의를 통해 한미 지휘관계, 방위분담금 등 구체적인 사항과 연계해 조정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이 진전돼 평화체제가 논의되는 경우에는, 한미동맹이 지니는 기본전제의 변화와 동맹의 목표와 임무가 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군사동맹의 구조와 운용도 개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돼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주한미군은 미국의 필요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규모로 축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국의 위협과 한반도의 평화통일까지를 염두에 둬야 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돼야 하고, 주한미군과의 연합방위체제는 더욱 튼튼해져야 할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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