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십상시들은 조정 충신들의 벼슬을 빼앗고 정치를 틀어쥐고 황제를 기만하고 눈을 가렸다. 지방 곳곳에서는 도적떼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며 약탈을 일삼았다. 내시들과 잔치만 벌이는 황제에게 간의대부 유도가 눈물로 간언했으나 영제는 어이없게도 유도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다.

시위 무사들은 간의대부 유도의 옷자락을 틀어쥐고 황제 앞에서 끌어내었다. 유도는 발을 굴러 크게 부르짖었다.

“나 한 몸 죽는 것은 아깝지 않다마는 한(漢)나라의 사백년 기업이 여기서 망하는 것이 너무나 슬프구나.”

무사들은 유도의 입을 틀어막고 형장으로 끌고 나갔다. 그때 조복을 입은 대신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크게 외쳤다.

“무사는 함부로 대신에게 손대지 마라. 내가 폐하께 아뢰겠다.”

모든 사람이 바라보니 사도(司徒) 진담이었다. 진 사도는 빠른 걸음으로 황제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유 간의를 무슨 죄목으로 목을 베라 하셨습니까?”

“근신9近臣)을 훼방하고 짐을 모독한 죄니라.”

진담은 물러서지 않고 다시 아뢨다.

“천하의 백성들이 모두 다 십상시의 고기를 씹어 먹으려 하는데 폐하께서는 그자들을 부모같이 공경하고 털끝만한 공이 없는데도 제후로 봉하셨으니 딱하기 한량없는 노릇올시다. 더구나 내시 봉서란 놈이 일찍이 황건적과 결탁해서 내란을 일으켰던 자올시다. 폐하께서는 그래도 살피지 못하신다면 당장에 사직이 뭉그러지는 꼴을 보실 것입니다.”

진담의 결연한 충언에 영제는 부끄러움도 모른 채 말했다.

“봉서가 역도들과 결탁했다는 일은 자세히 알지 못하나 십상시 가운데 어찌 한두 사람의 충신도 없단 말인가?”

황제는 그래도 십상들을 두둔하기 바빴다.

“아직도 깨닫지 못하시고 내시들을 두둔하십니까?”

진담은 머리를 쳐들고 댓돌에 서문 없이 찧었다. 진 사도의 붉은 피가 댓돌에 쫙 뿌렸다.

영제는 섬뜩하여 몸을 움츠렸으나 지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이놈을 유도와 함께 옥에 내려 가두어라.”

시위무사는 머리로 댓돌에 찧어 피를 뿌리며 간하는 충신 진담을 끌어내 유도와 함께 옥에 가두어 버렸다.

그 날 밤에 십상시들은 모여 가만히 의논했다.

“옥에 갇힌 두 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세.”

마침내 간의대부 유도와 사도 진담은 그날 밤 옥중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여 원통한 귀신 돼 버렸다.

십상시들은 손견(孫堅)으로 장사태수를 삼아 구성에서 일어난 역도들을 치게 하니 손견은 50일이 못 돼서 적도를 평정했다. 손견에게는 오정후의 벼슬을 주어 군공을 찬양했다.

십상시들은 다시 유우를 유주목으로 삼아 군사를 거느려 어양에서 일어난 반적인 장거, 장순을 치게 하니 대주 태수 유희는 기회를 잃지 않고 편지를 써서 현덕을 천거했다. 유우는 현덕을 만나보자 크게 기뻐했다. 현덕으로 도위를 삼아 군사를 이끌고 적의 소탕을 명령했다.

현덕은 며칠을 싸워서 크게 적의 예기를 꺾었다.

원래 장순이란 자는 성정이 사나워서 부하들한테 인심을 많이 잃고 있었다. 장순의 아장은 밤에 그의 침실에 들어가 장순을 죽인 후에 목을 잘라서 현덕에게 항복을 청했다. 장거는 장순이 죽고 군사들이 모두 현덕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자신감이 없어 스스로 목을 매어 죽어 버렸다.

어양 땅이 평정이 되자 유우는 조정에 상소를 올려 유비의 큰 공을 아뢰었다. 조정은 유비, 관우, 장비가 독우를 채질해 때린 죄를 사면하고 하밀승이란 벼슬을 주었다가 다시 고당위에 임명했다.

공손찬은 원래 유비와 함께 노식한테서 동문수학한 동창이었다. 그가 조정에 다시 표를 올려 현덕의 전공을 찬양하니 조정에서는 그에게 별부사마의 직첩을 주고 평원현령에 제수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