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작은 거짓말로 시작된 사건은 예상을 벗어나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민의 ‘갑질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숨겨져 있는 대한항공의 스캔들, 불법·탈법 행위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식회사를 개인기업처럼 여기고 직원을 종 부리듯 하는 특권의식, 관세를 내지 않고 고가품들을 상습적으로 들여왔다는 혐의 등 여러 혐의가 즐비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도 숨어있을 것이다. 지금의 갑질 사태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살인소설(김진묵 감독, 페퍼민트앤컴퍼니 제작)’은 갑을 사이에서 존재하는 권력의 추악함과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몸부림치는 힘 있는 자들의 양면성이 담겨 있다. 그들만의 비열한 이면은 비뚤어진 자들의 민낯을 드러내며 약한 자를 헐뜯고 무시하고 상당한 성격장애를 나타낸다. 영화 속 갑질 행태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살인소설이 넌지시 보여주듯, 작금의 한국사회는 블랙코미디 스토리텔링이 사회 곳곳에 일어나고 이것이 영화인지, 실제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현실은 마치 영화처럼 시종일관 사건이 터지고 적대자가 나타나며 긴장감을 제공하고 위기에 처한 이들은 정교하게 엇갈린 퍼즐조각을 맞추듯 애쓰는 모습이다.

조현민의 갑질 사태를 보며, 대기업을 포함해 무수히 곳곳에 잠재돼 있는 무지하고 뻔뻔한 ‘금수저’들의 행태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잠시 휴면기를 거치고 또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갑질은 지속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선민의식을 가지고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몇몇 재벌 2세, 3세들의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경영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책임은 없는 형태로 단지 재벌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재벌이라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야만 갑질 문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국회에서는 재벌 2세, 3세 경영인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화가 난다고 욕설을 직원들에게 퍼붓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거나 컵을 집어던지고 심한 모욕감을 주면서 하인 대하듯 무시하는 일부 재벌 2세, 3세들의 행태에 국민 분노와 냉소만 커지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반정서 확산일 것이다. 국민들은 대한항공의 명칭을 ‘한진항공’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을 타지 않고 타 항공사를 이용하고 대한항공 국적기를 부여해야 하는지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땅콩회항’ 주인공 조현아는 입사 7년, 동생 조현민은 4년 만에 임원에 올랐다. 지금 조양호 회장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지, 버틸지 시간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은 자가 대체적으로 권력을 쥐게 된다.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평가받으며 도덕적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기업인이 있는가하면, 기업인의 자녀로 태어난 이유로 경영 능력도 없지만 승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금까지 경제 민주화론자들도 가족경영을 재벌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백안시해왔다. 이제는 안하무인 횡포를 서슴지 않은 삐뚤어진 선민의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고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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