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대구의 한 고교생이 1년간 급우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해당 학교와 피해 학부모 등에 따르면 대구 북구 모 고교 2학년 장모(17) 군은 처음엔 꿀밤맞기 정도였으나 갈수록 구타와 폭행이 심해졌다고 한다. 심지어 장 군은 “죽은 쥐를 책상에 던져놓거나 안경을 빼앗아 수업을 방해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주장이 서로 달라 집단 괴롭힘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학교의 입장이다. 이 학교 교감은 “집단폭행 등도 현재로서는 장난이 지나쳐 빚어진 일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폭력 불감증’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말 전국 64개 초중고교에서 4073명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가 학교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2.3%는 학교 폭력이 고통스러웠고, 16%는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했다.

이제 학교 폭력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범죄’ 차원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 사이에 집단 따돌림은 만연돼 있으며 돈 뺏기 등은 장난으로 여길 정도다. 피해 학생들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은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교사와 학교의 대응은 매번 질타를 받는다. 초기에 대책을 마련하고 예방을 철저히 했더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단순 ‘장난’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학교 폭력이 단순히 학교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가정교육을 비롯한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등 사회 전체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일차적인 책임은 아직도 폭력이 ‘진행형’인 학교 당국에 있다. 학교 위신이 깎인다는 이유 등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덮어두거나 땜질식 처방을 하는 데 급급하다면 폭력의 악순환은 절대 끊을 수 없다. 

교사들 또한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행해지는 학생들의 폭력에 대해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학교 폭력 예방 교사 연수를 강화해야 한다. 피해 학생은 폭력의 고통과 후유증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데 교사와 학교 당국이 해결사로 나서지 않는다면 학교 폭력은 절대 근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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