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시민 83.7% 국민청원 긍정적

악의적·편파적인 청원도 등장

“불만 표출의 장이 되기도 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이 대국민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 청원이 개인의 ‘분노 배출 창구’로 변질할 수 있다는 등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새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8월 19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기조아래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했다. 국민 청원은 국정 현안과 관련해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 정부,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할 수 있도록 했다. 7일까지 올라온 청원만 해도 18만 1826건에 달한다. 하루에 약 930건, 한 달 평균 2만여건의 청원이 꾸준히 게재된 셈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국민 청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3월 19일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3516명을 대상으로 국민청원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3.7%가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한 응답자는 16.3%에 달했다.

국민청원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응답자의 32%가 ‘청와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의견표출이 힘든 사회적 약자들의 의사표현 기회’라는 이유가 25.1%로 그 뒤를 이었다.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한 이들 중 20.2%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공론화한다’고 답했다. ‘단순한 분노의 배출창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17.8%였다.

국민 청원 제도가 ‘국민 신문고’라고 불릴 만큼 사회에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만 게시판 운영과 관련해 많은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작성자와 서명자 모두 익명이 보장되다 보니 악의적이고 편파적인 청원글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청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개정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판에 올려 청원 실명제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명확한 이유 없이 답변을 앞둔 청원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19일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6학년 남학생이 유서 편지를 품고 아파트 8층에서 투신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 A초등학교 학교폭력 진상조사 촉구’ 청원이 올라왔다. 1만여건의 서명을 넘긴 이 청원은 다음날 사라졌다. 이후 사라진 이유조차 명시도 안 돼 청원자와 서명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청원을 통해 국민이 정부에 직접 자기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어느새 개인의 불만을 표출하는 장이됐다. 편파적인 청원들도 존재하다 보니 부정적인 영향도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원자에 대해 제재를 하게 되면 국민청원 본래의 목적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은 국민청원이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다.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일정 시간 기다려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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