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팔각정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노인이 팔각정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무료 급식소서 점심 해결
“요즘 복지관도 유료 급식”
“독거노인 지원 강화해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이라 해도 특별한 건 없습니다. 공원에 나와서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같이 점심 먹는 게 전붑니다. 자식들과 한집에 살지만 밖에 나와 있는 게 더 편합니다.”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75, 남)씨는 어버이날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이날은 5월 5일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이라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탑골공원을 찾았다.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팔각정에 앉아 집에서 싸온 떡과 물 등 간식거리를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 아들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김씨는 매일 오전 10시 탑골공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노인우대권을 이용해 지하철을 타고 공원으로 이동한다. 김씨는 오전 11시 30분까지 팔각정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탑골공원 뒤편에 위치한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서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이날도 김씨는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주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던 그는 “오늘은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다른 복지관들은 공휴일을 맞아 문을 닫지만 원각사는 365일 열어 놓기 때문에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괜히 짐이 될까봐 집에서 항상 나와서 밥을 먹고 있다”며 “어버이날에도 이렇게 무료 점심을 먹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일도 나와서 밥을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앞 줄에서 무료배식을 기다리고 있던 손모(80, 남)씨는 “자식들과 오래 전부터 연락을 끊고 살았다”며 “혼자서 지내다 보니 밥을 잘 못해 먹는다. 그래서 여기서 먼저 밥을 먹고 영등포역으로 가서 무료배식을 받는다”고 말했다.

손씨는 폐지 줍기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은 아직도 일을 안 하고 있고 매일 돈 달라고 전화가 온다”며 “어버이날이 머릿속에서 잊혀진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위치한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로 어르신들이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위치한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로 어르신들이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무료배식을 기다리던 대기 줄은 30여분이 채 되기도 전에 줄어들었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은 단돈 200원의 자판기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1시간여가 지나자 급식소 봉사자들은 배식을 끝마치고 식기, 접시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고영배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사무국장은 모든 어르신들이 차별 없이 급식, 의료 등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엔 무료로 급식을 지원하는 복지관을 찾기 힘들다”며 “대부분의 복지관에서 유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선택적인 복지를 하는데 사정이 어려운 분들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적인 복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한 노인이 신문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한 노인이 신문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7

이러한 가운데 독거노인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는 “독거노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노인이 돼도 외롭고 쓸쓸하게 삶을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명 존엄의 가치를 생각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독거노인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같은 노인이라도 부유층이 아닌 대상자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정확하게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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