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중국의 관영 언론들의 마구잡이식 보도 태도가 우리에게 가하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중국정부의 입으로서 정부 입장에 반하는 것이면 한 마디도 쓰지 못한다. 그들의 말이 곧 중국정부의 말이라고 보면 된다.

비판 기능을 통제받는 나라 언론들의 공통점이지만 그들의 논조 역시 대단히 선동적이고 협량(狹量)한 징고이즘(Jingoism, 맹목적 애국주의)에 충실하다. 이것이 일당(一黨) 독재 시스템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지속적으로 부추겨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우려스러운 전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런 언론 시스템을 갖는 중국은 장차 굴기(崛起)하는 강대국인 자신들을 어떤 모습의 나라로 변화시켜 놓을 것인가. 우리에게도 우호적이며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이 돼 줄 것인가. 지정학적인 숙명에 의해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야만 되는 우리에게 그것은 간절한 바람이지만 결코 안이한 생각이나 방심을 허락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중국 관영 언론들의 보도 태도만을 본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경각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부질없이 우리를 자극하며 스트레스 받게 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중국 관영 신문인 인민일보는 최근 ‘천안함 관련 한국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는 어떤 중국 국무원 연구원의 기고를 실었다. 굳이 기고자의 신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중국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중국은 ‘천안함에 대한 공격 행위를 규탄’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서명한 주요 국가다. 그런 나라라면 지금쯤은 공격자를 찾아내 추궁해야 마땅하며 그래야 책임 있는 강대국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한국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니 무슨 까닭이 있는 것인가.

하긴 우리에게도 국내외적으로 공인받고 신뢰를 인정받은 한국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여전히 근거가 희박한 그야말로 검증할 수 없는 의혹을 부풀리는 언론이 일각에 남아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결정적인 여론도 국론도 아니다. 엇갈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 언론의 자유와 권리를 그들은 구가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이 언론 환경이 우리와 달리 여론의 다양성과 정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관영 신문의 보도는 바로 그것이 통일된 국론이며 국민 여론이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국론 통일과 여론 형성에서 가공할 위력을 지니는 관영 언론이 불행을 당한 이웃 나라의 일을 그런 식으로 편향되게 몰아가는 것은 섭섭하기도 하지만 대단히 우려스럽다.

모르긴 몰라도 인민일보의 이런 보도는 그것이 바로 중국 전 언론이 지켜야 할 보도지침이 돼 어느 언론도 그에 반하는 얘기는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의 도발자’라고 못을 박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에 작은 혐의마저도 두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이 스스로 국제적인 책임을 다하는 강대국임을 자처하는 나라의 대(大) 관영 언론의 보도 태도라면 여간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최근 보도는 더욱 걱정스럽다. 노골적으로 국민감정을 선동하고 맹목적 애국주의를 부추겼다.

이웃 나라의 자존(自尊)을 짓밟고 국민감정을 악화시켰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아무리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한국을 힘으로 제압할 것인가 아니면 설득해 중국 편으로 끌어들일 것인가’라는 유치한 설문을 던진 여론조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공정한 여론조사의 기본이 뭔지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사대상자의 94%가 그렇게 대답했다지만 설문이 ‘한국을 힘으로 제압하자’는 데 대답해달라고 강요한 것 아닌가. 그뿐인가. ‘한국이 중국인에 대해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하면 한국을 방문할 것인가’라는 설문으로 응답자의 84%가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대답하도록 이끌어냈다.

자국인에게 이렇게 반한(反韓)․혐한(嫌韓) 감정을 부추겨서 중국이 얻을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왜 이런 협량하고 유치한 행위로 ‘큰 나라’를 자꾸 ‘작은 나라’로 만들어 가는 것인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않는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훈련을 초래한 인과 관계를 헤아려 주어야지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화풀이에 나서는 것은 세계 경영에 참여해야 할 강대국의 언론이 취할 도리가 아니다.

한국도 강국(强國)을 지향한다. 하지만 현존하는 위협세력이 있어 한미동맹은 지속하지만 중국에 해코지 할 나라가 아님은 중국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두 나라의 협력과 우의를 위해 언론이 역할을 해야지 맹목적 애국주의로 국민감정을 선동하거나 이웃 나라의 국민감정을 악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 관영 언론만이 아니라 두 나라 모든 언론들에게 촉구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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