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5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5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을 이틀 앞두고 러시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파리 전역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렸다.

러시아 시위는 모스크바 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극동 등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시위 주최 측은 90개 도시에서 집회가 개최됐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푸틴 없는 러시아” “차르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모스크바에서 시위에 참여한 드미트리 니키텐코는 “푸틴은 러시아를 이끌 자격이 없다. 푸틴은 18년이나 러시아를 통치했지만 국가를 위해 기여한 것이 없다. 그는 이제 영원히 (권력에서)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뿌리며 강제 해산에 나서고 시위대를 대거 연행했다. AFP통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최대 정적’으로 불리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바니도 시위 현장에서 니콜라이 랴스킨 등 반(反)푸틴 인사들과 함께 경찰에 끌려갔다.

나발니는 올해 3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푸틴에 도전하려 했으나 과거 지방정부 고문 시절 횡령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이유로 후보등록이 거부됐다.

러시아의 정치 탄압을 모니터하는 OVD-인포는 러시아 26개 도시에서 1599명이 체포됐으며 모스크바에서만 702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3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7일 새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지난 3월 대선에서 7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평화적 시위를 벌인 시위대를 대거 체포한 것을 우려한다”며 체포된 시위대원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6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 당국이 1천명이 넘는 시위 참가자를 구금하고 시위대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러시아 내에서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프랑스 파리 시민들도 파리 시내에서 ‘마크롱에게 축제를’이라는 제목의 집회를 열고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마크롱 대통령을 규탄했다.

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파티와 피크닉 등 축제 분위기의 항의시위에 나선 파리 시민들이 마크롱을 루이 16세에 비유하며 왕의 초상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파티와 피크닉 등 축제 분위기의 항의시위에 나선 파리 시민들이 마크롱을 루이 16세에 비유하며 왕의 초상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날 파리 도심의 오페라 거리에는 경찰 추산 4만명(주최 측 추산 16만명)의 시민이 집결해 ‘마크롱에게 축제를’이라는 제목의 집회를 열고 바스티유 광장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나와 대통령을 조롱했으며 일부는 ‘사회적 쿠데타에 반대한다’ ‘부자들의 대통령’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현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작년 5월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담은 개정 노동법을 밀어붙여 통과시킨 데 이어, 올해는 대입제도 개편, 철도공사의 종신고용 폐지, 공무원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철도노조는 지난달 3일부터 정부의 국철 개편 구상에 맞서 한주에 이틀씩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대학생들도 대입제도 개편방향이 프랑스의 평등주의적 교육 전통을 해친다며 동맹휴업과 학교점거 시위를 산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최신 응답자의 64%가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1년에 실망했다고 답한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일 노동절 집회에서는 극좌 무정부주의 단체 ‘블랙 블록’의 회원들로 추정되는 1천여명이 상점과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며 대치했다. 이날 시위는 대체로 파티 분위기로 물리적 충돌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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