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 (출처: 연합뉴스)
전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 (출처: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69년 만에 미뤄

“대중 신뢰 회복 시간 필요”

[천지일보=이솜 기자] 최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파문에 휘말린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노벨문학상이 미뤄진 것은 1949년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다.

한림원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올 가을 예정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취소됐다”며 “내년 2명의 수상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림원 미투 파문은 지난해 11월 여성 18명이 종신위원 18명 중 한 명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로부터 10여년 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급기야 프로스텐손은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받았다. 이에 종신위원 3명이 그의 해임을 요구했으나 무산되면서 이에 반발한 해당 위원들은 잇따라 사퇴했다.

이후 한림원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강요된 형태로 서열관계에서 발생했다”고 사건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림원에 대한 신뢰도는 훼손됐고 미온적 대처로 비난을 받은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종신 사무총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뒤이어 프로스텐손도 자리를 내놓았다.

한림원은 오는 5일 주례 회동에서 한림원의 운영 관행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앤더스 올슨 사무총장 대행은 “(아직) 활동 중인 한림원 멤버들은 현재 처한 신뢰 위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다음 수상자가 발표될 수 있을 때까지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벨재단은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문학상 시상 연기 결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시상자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현재 취하고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에 관해 알려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이 시상되지 않은 해는 1915년, 1919년, 1925년, 1926년, 1927년, 1936년, 1949년 등 모두 7번이다.

이 중 5번은 수상자가 없던 해의 다음 해에 당해 수상자와 전해 수상자에게 동시에 상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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