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4선 중진인 강길부 의원이 3일 홍준표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중대결심’을 예고했다. 사실상 홍 대표의 사퇴가 없을 경우 강 의원이 탈당하겠다는 뜻이다. 강 의원이 밝힌 결심의 배경은 홍준표 대표의 거친 독설과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서 바라던 당 혁신, 인적쇄신, 정책혁신은 온데간데없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홍 대표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홍준표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비난의 핵심은 ‘거친 입’으로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덧씌우는 데 있다. 특히 최근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못해 국민적 분노까지 촉발시키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지지를 보내고 있을 뿐더러 세계적인 여론까지 판문점에 모아지는 현 시점에서 홍 대표는 이를 폄하하고 듣기 민망할 정도의 ‘색깔 공세’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라면 최근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현실화 될 수 있게 더 강한 톤으로 압박하고 혹여 ‘쇼잉’으로 끝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도 야당의 역할이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미국을 향한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이라면 미국에 대해서도 더 강한 톤으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한반도 정세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지금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들을 쏟아 내고 있다. 그마저도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덧칠하다 보니 홍 대표 자신은 물론 자유한국당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지방선거에 출마할 주요 인사들이 여기저기서 홍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제1야당의 이런 모습은 낯설다 못해 창피스러울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준표 대표를 향한 비난을 그만하라는 말까지 했을까 싶다.

그럼에도 참으로 이상한 것이 있다. 그 많은 당내 초선의원들과 비교적 합리적인 인사들 다수가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빨갱이’ 등 상식 밖의 발언이 터져 나오고 지방선거에 나설 각 후보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도 당내 분위기는 참으로 밍밍해 보인다. 이대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지방선거는 포기하고 그 후의 당권구도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유권자들의 매서운 시선이 정말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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