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련자들 징계 검토..경영진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외환은행의 전 지점장이 수백억원의 고객 돈을 횡령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남에 따라 피해 고객들에 대한 배상 문제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외환은행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배상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송파경찰서는 9일 외환은행 전 선수촌WM센터지점장 정모(47)씨에 대해 2008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 고객 계좌에서 모두 683억여원을 빼내 상장회사 등에 빌려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외환은행이 밝힌 피해 고객은 3~4명이다. 정씨가 이들이 보유한 15개 계좌에서 돈을 빼내 상장회사 등에 대출해줬다가 해당 회사가 상장 폐지되는 등 부실화하면서 대출금을 떼였다는 것이다.

은행 측은 일단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고객 배상 문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횡령 혐의가 있는 683억원 가운데 중복 계상된 184억원을 제외하면 순수 횡령 금액은 499억원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씨가 고객으로부터 `포괄적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은행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면 피해 고객에게 은행이 먼저 배상을 하고 정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이 배상을 거부하면 피해 고객과 분쟁이 예상된다.

피해 고객 가운데 1명은 정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라이빗뱅킹(PF)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외부 용역을 의뢰했으며 내부통제 시스템도 정비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9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관련자들을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정씨는 물론 경영진도 내부통제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징계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환은행과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이행각서(MOU)를 체결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외환은행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은행권 전반의 영업점 검사를 통해 PB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이후 PB 업무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공문을 수차례 보낸 데 이어 이달 말까지 고객상담업무와 창구업무를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PB 업무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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