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

126개 노원지역단체, 개인 1486명 연대

“스쿨미투로 학교 내 성폭력 뿌리 뽑아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선생님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괴로워하던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괜찮아, 버티면 돼’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그 일을 잊어버리려고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그 ‘매일’이 이제 잘못됐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리를 도와달라고요.”

현재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3일 서울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고백했다.

최근 노원구 내 용화여고를 비롯한 인근 중·고교에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MeToo, 나도 당했다)’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성명 발표를 통해 ‘스쿨미투’를 지지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에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 ‘마들주민회’ 등 126개 지역단체와 개인 1486명이 연명해 참여했다.

시민모임은 “학교 내 성폭력은 노원구 내 몇몇 학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스쿨미투를 계기로 학교 내 성폭력을 뿌리 뽑고 인권과 평등의 가치가 실현되는 교육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스쿨미투 운동은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인이자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자신에게 씌어진 이중, 삼중의 굴레를 끊어내는 운동”이라며 “우리는 성차별적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학교당국과 행정기관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교 성폭력 가해자 엄중 처벌, 초·중·고등학교 성폭력·인권침해 실태 전수조사, 성폭력 폭로를 막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을 요구하는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3

이혜숙 마들주민회 사무국장은 “현재 가해자로 지목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교사만 해도 16명”이라며 “아이들이 불쌍해서 가슴이 아파 잠도 잘 못 잤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에서 고통받아왔는지 상상이 안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수많은 성폭력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이젠 알아야 한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노원구 스쿨미투 운동은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재학시절 일부 남자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면서 촉발됐다. 

이들에 따르면 용화여고 남자 교사 4명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창녀, 돼지 등 인신 모독 발언을 하고 엉덩이를 치며 “찰진데?”라고 말하는 등 언어폭력을 수차례 행했다. 또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포옹이나 팔을 쓰다듬는 등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체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6일 용화여고 전교생 1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 10일에는 해당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교사 4명과 학생조사에서 제보된 교사 1명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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