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킬롤로지’ 영화 화법으로 자극적·충격적인 우리네 이야기 풀어내(종합)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우리 사회의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현실을 영화 화법으로 풀어낸 연극 ‘킬롤로지’가 공개됐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에서 연극 ‘킬롤로지’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박선희 연출과 배우 이석준, 김수현, 김승대, 이율, 장율, 이주승 등이 참석했다.

연극 ‘킬롤로지’에는 ‘데이비’ ‘알란’ ‘폴’ 세명이 등장한다. 폴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를 개발한다. 게임은 타깃을 죽이는 살인 게임이다. 타깃을 빠르고 정확하게 죽이면 1점을 얻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일수록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어느 날 데이비라는 소년이 이 게임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된다. 데이비의 아빠 알란은 킬롤로지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폴을 찾아가 복수를 한다. 폴은 그런 알란에게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며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연극 ‘킬롤로지’는 영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극작가 게리 오웬의 최신작이다. 최근 게리 오웬은 개인의 삶에 비춰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연극 ‘킬롤로지’ 또한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은 ‘데이비’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트라우마가 분노 변한 ‘폴’ 등의 이야기를 통해 보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현실과 사회에 만연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지고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각자 독백을 통해 사건과 감정을 토해내는데, 이 때문에 마치 1인극 같은 3인극이 만들어졌다. 또한 연극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이런 이야기 구조와 관련해 박선희 연출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래시백(Flashback)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떠올릴 것 같다. 극 이해를 위해 관객이 머리를 써야 할 것”이라며 “이런 구조를 통해하고 싶은 말은 ‘머리를 쓰세요! 즐거우셨죠? 또 보세요!’다. 그리고 ‘배우들 사이의 감정 선이 느껴지지 않나요?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라고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연극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이라며 “영국 작품이지만 인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우리들의 자화상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주고받는 대사 없이 독백으로만 극을 이끌어 가는 게 독특하면서도 힘겨웠다고 고백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진 ‘알란’ 역을 맡은 배우 이석준은 “대본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한데 풀어내는 방식이 독특해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독백으로 진행되다 보니 내가 맡은 역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 역할의 대사도 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기하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알란의 대사가 가장 격정적일 때 폴이나 데이비가 독백하는 신으로 넘어가는 거였다. 또 순간적으로 격정적인 감정의 연기를 바로 시작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데이비’ 역할의 배우 장율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에는 잘 안 읽혔다. 2~3번 읽으니까 인물 간의 관계가 보였다”며 “역할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다. 한 사람의 독백이 끝난 후 다른 역할이 어떻게 자기 대사를 받아낼 것인지 배우들끼리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설명했다.

연극 ‘킬롤로지’ 속 ‘데이비’로 8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배우 이주승도 독특한 형식 때문에 출연에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주승은 “심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연출님이 선배들이 많이 도와줄 거라고 해서 그것만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주고받는 형식의 대본도 겁이 났을 것 같은데 ‘킬롤로지’의 경우는 독백이라 더욱 당황스러웠다”며 “내가 말하는 게 진짜처럼 말해야 하고 관객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다. 움직이면서 대사를 할지 결정하는 것도 고민됐다”고 말했다.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어려운 형식의 공연이지만, 배우들의 해석에 따라 다른 매력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극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 만한 매력이 있다. ‘알란’ 역의 배우 김수현은 “작품이 굉장히 좋다”며 “배우들끼리 ‘이거 왜 하고 있는 거지’라고 묻는데, 결국 작품이 좋으니까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폴’ 역의 배우 김승대는 “캐릭터들이 각자 자기의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세 사람의 연결고리가 잘 엉켜있어 매력적인 극이다”라며 “같은 텍스트여도 다른 역할이 나올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나와 내 아버지를 상상하면서 작품을 이해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더 친밀하게 느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폴’을 연기한 배우 이율은 “내가 연기하는 폴은 만화로 치면 명랑만화, 액션만화에서 등장하는 인물 같다”며 “김승대 배우의 폴과 너무 달라서 관객분들이 둘 다 보러 오셔야 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담은 연극 ‘킬롤로지’는 지난 4월 26일 개막했으며 오는 7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