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보스> 최경춘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앨버트 번스타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각고의 노력 끝에 좋은 기업에 취직한 나잘해 씨. MBA 출신답게 일도 척척, 사장에게 신임을 얻는 데도 성공한다. 그는 신념이 강해 할 말은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도 있는 편이다. 게다가 ‘줄대기 인사’를 혐오하며 아부를 하는 사람을 벌레 보듯 하고 원리원칙을 철저하게 따지는 강직한 성품까지 갖추고 있다.

회사에선 이런 사람이 가장 생존하기가 어렵다. 사람자체는 어디 하나 흠잡을 때가 없지만 나잘해 씨의 주변이 지뢰밭일 확률이 100%다. 그의 보스는 허구한 날 옳은 소리를 해대는 부하를 어떻게 퇴출시킬까 연구할 것이고, 동료들도 현실감각이 없는 그를 자연스럽게 ‘왕따’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석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본디 인간이라는 동물은 속이 얄팍하다. 그 ‘속 좁은’ 사람들이 모이면 어디든지 정치가 발생한다. 직장도 일종의 ‘정치판’이다. 내가 일을 아무리 잘해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퇴출대상 1위가 될 수도 있다.

<나쁜 보스>를 읽은 사람들은 이 책이 기회주의자를 양성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계치를 확인하거나 대다수 회사원의 말을 들어봐도 확실히 회사는 ‘정치’가 지배하는 곳이 맞다. 따라서 ‘정직하게 일만 잘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점검해 봐야 한다.

회사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매일 매시간 보이지 않는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심리 전쟁은 ‘파벌 전쟁’ ‘알력 다툼’ ‘내 사람 키우기’ ‘라이벌 견제하기’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나쁜 보스’가 존재한다.

저자는 세상의 보스 중 90%는 나쁜 보스에 속한다고 말한다. 보스는 기본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일뿐이지 부하가 인격적으로 좋거나 해서 부하에게 잘 해주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잘 대해줄지 몰라도 최악의 상황에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부하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이해타산의 피가 흐르는 차가운 동물이 바로 보스라는 것이다.

이 책은 <나쁜 보스>를 상대하는 법을 기록했다. 책은 궁극적으로 나쁜 보스를 뛰어넘는 ‘좋은 보스’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각 상황마다 보스의 심리에 접근해 사안을 해석하기 때문에 그 테크닉이 상당히 정교한 편이다.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는 상사는 물론 직장 동료 쪽에도 초점을 맞춰 <나쁜 보스>보다는 조금 더 포괄적이다.

재밌는 점은 국내 최대 컨설팅사 본부장이 쓴 <나쁜 보스>나 미국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가 쓴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의 내용이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것이다. 대한민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이상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대응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에서 일하면 이런 불공정한 일은 당하지 않을 텐데’라는 볼멘소리는 내지 말도록.

책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상식적인 일에 대처하는 생존법 86가지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보고서를 개가 먹어버렸어요!”라고 핑계를 대는 동료나 제대로 하는 일은 없으면서 “그래도 내가 일을 제일 잘해”라고 말하는 동료를 상대하는 방법부터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후 발생하는 죄책감 다스리기, 상사에게 야단맞을 때 처신하는 방법 등이다.

책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관리자로 거듭나는 비결을 가르쳐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 맞게 보충한 부분은 젊은 직장인들이 생존법을 응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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