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중앙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중앙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6

“어르신은 공경과 돌봄 대상

시설 현장에 맞는 복지정책”

 

“요양병원 왜곡 운영으로

노인복지의 심각한 훼손”

 

“해외 구호단체로 받은 사랑

이젠 제3세계에 돌려줘야”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 오래다. 오는 2020년 중반이면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할 예정이다. 특히 노인(老人)은 신체적․정신적 기능 약화로 질병, 고독, 외로움 등 시련을 겪게 된다. 이는 어느 가정이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와 국가의 문제이며 모두가 적극 해결해야 할 점이다. 이에 전국 양로시설 및 장기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현장에서 어르신 삶의 질 향상과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40여년째 뛰고 있는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중앙회) 회장을 지난달 6일 만나 중앙회의 주요활동,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 개선사항, 노인인권교육, 시설종사자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사회복지 분야에 몸담은 계기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42년째 활동하고 있다. 선친은 목회자로서 1967년부터 길거리 행려(나그네가 되어 돌아다니는 사람) 정신장애인을 위한 사회사업을 해왔다. 국가와 지역사회, 가족까지도 행려 정신질환자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 길거리에서 쓰러져 가던 시절에 선친이 이들을 보살폈다. 나는 초등학생부터 행려 정신장애인과 함께 사는 게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선친의 깊은 사랑과 희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성장했고 봉사자의 삶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 지난 1986년부터는 선친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상담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년만 이곳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 일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됐으며, 현재 한국노인복지중앙회(중앙회) 수장에까지 이르렀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어르신과 인사 나누는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어르신과 인사 나누는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 중앙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달라.

한국노인복지중앙회는 6.25전쟁 후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에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거나 버림받은 노인을 양로원과 경로원에서 수용했다. 중앙회는 전국 1500여개의 대표 기관이다. 현재 900여개 시설과 소통하면서 봉사자 처우 대변, 적정수가 서비스를 위한 협상, 국가와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양로시설, 장기요양시설, 재가복지시설 등 사회복지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각종 시설안내를 하고 법률문제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시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국회나 보건복지부에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다. 특히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시설서비스 향상,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복지정책 제안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중앙회 주요활동은 무엇인가.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노인복지시설 발전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소외계층 어르신 결연 지원사업과 정부에 노인복지 정책 건의, 노인복지 조사연구사업, 교육훈련사업, 국제 및 대외협력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저수가정책, 시설 현장과 맞지 않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정책이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특히 의료복지와 노인복지 불평등의 심화로 요양병원의 왜곡 운영과 노인복지의 심각한 훼손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인복지시설의 예산, 인력 등 각종 제도 개선, 근로환경 개선, 원가절감을 위한 공동구매사업 등을 하고 있다. 또 6.25 전후 복구과정에서 해외구호단체들이 우리나라에 무한사랑을 베풀었던 만큼, 이젠 우리가 제3세계에 베푸는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캄보디아에 노인복지센터(헬프 엘더스피스 센터)를 개소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노인복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천막집을 개선해주는 러브하우스 사업, 주간보호센터를 만들어 현지노인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5일 중앙회 캄보디아지회 헬프엘더스 피스센터를 방문한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왼쪽에서 일곱 번째)이 반테아이 메안체이주 수운바버주지사(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5일 중앙회 캄보디아지회 헬프엘더스 피스센터를 방문한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왼쪽에서 일곱 번째)이 반테아이 메안체이주 수운바버주지사(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 시행에 따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해결할 방법은.

우리나라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8년 7월 본격 도입됐다. 고령이나 치매가족 등 노인성 질환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노인과 질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하지만 노인 인구의 7% 수준으로 OECD평균보다 5% 정도는 여전히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문재인 대통령 후보뿐 아니라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가 의료복지와 노인복지의 불평등과 차별의 핵심인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를 핵심공약으로 수락한 정책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제도로 본인부담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장기요양 본인부담상한제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빠졌고, 그 공약이 왜 사라지게 됐는지 아직도 복지부 차원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다. 국민에게 가장 먼저 했던 약속이라면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당초 가족의 부양부담과 노인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의료재정을 절감하고자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노인요양병원에 사회적 입원자가 더 늘게 되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장기요양의 현장을 무시한 국가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철학이 중앙정부에도 자리 잡아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중앙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계부처 책임자와 간담회 개최, 국회 정책세미나 참석, 토론회 개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22일 노인복지인 1만여명이 서울 여의도 문화의마당에서 ‘대통령 노인복지공약 1호 본인부담상한제 이행 촉구 및 노인장기요양 정상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8.22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22일 노인복지인 1만여명이 서울 여의도 문화의마당에서 ‘대통령 노인복지공약 1호 본인부담상한제 이행 촉구 및 노인장기요양 정상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8.22

― 시설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은.

노인복지 관련 인재개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 분야의 인건비가 열악하다. 복지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비해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대학별 노인복지 전공자들이 기피하고 있다. 또 시설 종사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직무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재 연간 16시간만 직무교육을 인정받고 있다. 공무원이 인정받는 시간에 비하면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몸이 아파 병가를 사용할 경우 병원입원 기준 7일만 인정받는다. 장기요양 종사자의 복지가 제도적으로 취약하게 규제되다 보니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다. 이에 따라 중앙회에서는 종사자 역량 강화를 위해 인식개선 사업에 대한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또 ‘노인인권매뉴얼’ 2판을 곧 출간해 보급할 예정이다. 노인인권교육을 강화해 노인인권 보안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한편 자긍심을 갖고 어르신을 섬기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블랙닷 캠페인(손바닥에 검은 점 하나를 찍어 ‘나를 구해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과 낙상방지 운동까지 추진해 종합적인 수호천사로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제안사업도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 개선이 시급한 노인복지 제도는.

노인복지정책 및 노인요양 보호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어르신에 대한 가족돌봄 부담을 국가와 사회가 나눠 짊어짐으로써 의료에 매달렸던 노인이 돌봄영역으로 이동하고 이로 인한 노인 의료비 절감과 가족의 부양부담 완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초기 목적과 달리 요양서비스의 질적 관리보다는 보험재정절감만 고수해 장기요양 저수가 정책만을 유지, 향후 제2차 장기요양 5개년 기본계획에서조차 저수가 통제기저만 보강하고 있어 향후 노년을 책임져야 할 주요 제도로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이용하는 어르신의 경우 1인당 연간 800~9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반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에는 의료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도를 활용해 낮은 비용(중위 소득 연간 기준: 1인당 202만원)으로 장기 입원할 수 있는 제도적 모순이 발생한다. 이런 모든 부작용은 의료복지와 노인복지의 불평등을 방치하는 데서 비롯된다.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인구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고, 더 많은 어르신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중앙회가 의료와 노인복지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오른쪽)과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이 26일 북한 노인지원 및 재외동포 노인돕기를 위한 협약식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은광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오른쪽)과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이 26일 북한 노인지원 및 재외동포 노인돕기를 위한 협약식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제공: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생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렵다. 노인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노인의료기술 발전 등 실버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여러 산업영역에 ‘노인학’을 접목하면 혐로(嫌老)에서 경로(敬老)의 시대를 우리 노인이 열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에 찾아온 고령사회를 축복으로 보고 접근한다면 노인복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앙회는 고령화를 신이 주신 축복으로 여기며, 여러 시민사회와 연대해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기조가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정책제안, 포럼,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겠다. 특히 우리나라 평화통일 이후 북한 노인복지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26일 대한적십자사와 협약을 했다. 전국 노인복지 시설 및 사회단체와 하나 돼 노인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경로효친 사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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