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식당이나 카페, 기차 등 공공장소에서 유아기 부모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영상을 보여주는 모습을 많이 본다. 부모는 공공장소에서 울고 보채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눈치 보이느니 차라리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 싶어 어쩔 수 없이 보여준다고 하소연 한다. 최근 유아기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심해지고 있다. 유아기에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못 보게 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부모가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육아에 지쳐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는 부모가 이해는 되지만 이런 습관이 청소년기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몰라 안타깝다.

엄마들도 엄마들대로 할 말이 있다. 엄마들이 놀려고 영상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하루 종일 애들에 맞춰서 놀아 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애를 키워보면 안다. 출산 연령이 점점 높아지니 엄마들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탓도 있다. 밥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할 시간이 부족해 아이가 영상 보는 시간에 몰아서 겨우 한다. 대가족 시대에는 엄마가 일을 하는 동안 애를 봐줄 식구가 한둘은 있었다. 핵가족 시대인 지금은 남편이 육아에 동참하지 않으면 체력이 달리니 쉬운 방법으로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이다.

특히 식당에서 외식할 땐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식당에서 징징대고 울면 맘충, 민폐라고 손가락질 하니 불가피하게 영상을 보여주며 아이를 달래고 집중을 시킨다. 그래야 엄마도 음식 맛을 느끼며 먹어볼 시간이 생긴다. 이론적으로 아기를 키울 때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식당에 갈 때 부모가 스마트폰을 아예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 대신 장난감, 수첩, 색연필 등을 지니고 다니며 보챌 때 사용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유아기에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는 것은 놀랄 만큼 한순간이다.

부모는 키즈 영상이나 학습 영상인 경우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자위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동의 언어 발달에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필요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시청은 일방향 소통이라 언어발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아기는 다양한 언어 및 신체활동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유아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야외로 나가 신체, 시각, 감각으로 느끼고 배우도록 활동시키는 것이 좋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아이가 일찍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청소년기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유아기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률이 20%나 된다고 한다. 유아기에는 비언어적인 기능(눈짓, 몸짓 등)을 담당하는 우뇌가 먼저 발달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동영상이나 게임 같은 반복적인 자극에 장시간 노출되면 좌뇌만 활발히 쓰게 되어 뇌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좌·우 뇌 균형이 깨지는 ‘영유아 스마트폰 증후군’이 생긴다. 증후군 초기에는 주의가 산만하거나, 말이 늦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 심해지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틱 장애, 발달장애가 나타난다. 또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유아기 스마트폰 중독은 정서나 지능 발달에도 크게 해가 된다.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유아기 아이는 감정 표현에도 미숙하고 또래와 놀지 않으려고 해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특징을 보인다. 움직이기보다 앉아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유아의 신체 발달과 운동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고 시력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아이가 이미 스마트폰 이용에 흥미를 보이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과의존에 빠지기 전에 멈춰야 한다. 유아가 가능한 한 늦게 스마트폰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유아기에는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을 쉽게 따라하므로 가정에서 부모가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유아기 아이가 스마트폰에 집착 행동을 보여 떼쓰고 울어도 인내심을 갖고 스마트폰 대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가 운다고 스마트폰을 주는 것은 알코올 환자가 떼쓴다고 술을 주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 대신 아이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대안 놀잇감을 준비하는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스마트폰 시대를 사는 부모가 지금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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