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칙칙한 겨울아 잘 가, 싱그러운 봄아 반가워”
[쉼표] “칙칙한 겨울아 잘 가, 싱그러운 봄아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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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로 구성된 걷는 정원을 따라 걸으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지그재그로 구성된 걷는 정원을 따라 걸으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안산 유니스의 정원

 

싱그러운 봄 알리는 형형색색 꽃·나무

산자락 지형 그대로 살린 이색 산책로

흔들리는 풀잎소리와 산새의 지저귐

 

초록빛 가득한 실내정원 덕에 눈호강

정원 중앙에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

지그재그 나뉘어 동화 속 주인공된 듯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 환한 봄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4월 땅속에서 긴 잠을 자던 작은 씨앗의 떡잎이 얼굴을 쑥 내밀었다. 흐드러지게 폈던 벚꽃은 어느새 살랑거리는 바람을 타고 떨어져 바닥을 꽃길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따뜻하려나 싶더니 봄소식을 알리는 반가운 봄비가 촉촉이 내려 메마른 땅을 적셨다. 비가 갠 후 다시 봄을 시샘한 꽃샘추위가 찾아와 쌀쌀해졌지만 이제야 완연한 봄이 됐다.

일교차가 심한 초봄, 초록색으로 뒤덮인 안산 유니스의 정원을 찾아 봄의 파릇파릇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봤다.

차를 타고 서울 양재나 마포에서 40분, 안산시청이나 산본에서 20분 정도 가면 경기도 안산 상록구에 있는 유니스의 정원에 도착한다. 인근에 반월역이 있지만 버스를 갈아탄 후 20~30분을 걸어가야 하기에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다.

1층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각종 꽃과 나무, 다육식물.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1층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각종 꽃과 나무, 다육식물.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봄 품은 꽃의 궁전

정원에 들어서면 인디핑크색 건물에 하얀색 꽃과 ‘Eunice's Garden(유니스의 정원)’이라고 적힌 간판이 관람객을 반긴다. 건물을 감싸고 뒤쪽으로 꾸며진 야외 정원에서는 꽃과 나무가 주는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아스팔트 위만 걸어 다니는 도시 사람들이 촉촉한 흙을 밟을 기회는 많지 않다. 나무 사이의 흙으로 된 길을 따라 산책로를 걸었다. 오랜만에 수분을 가득 머금은 흙을 밟으니 폭신하고 부드러워 발바닥이 편안했다. 발이 편안하니 마음마저 편안한 기분이었다.

유니스의 정원 가든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유니스의 정원 가든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어머, 봄이 왔네. 봄이 왔어. 언제 이렇게 꽃이 아름답게 피었지.”

산책로를 따라 나무로 얼기설기 대서 만든 난간은 지저분하기보다 멋스럽다. 정원사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정원은 봄을 품은 꽃의 궁전으로 재탄생했다. 산책로 양옆으로 겨울 한파를 이겨내고 형형색색 옷을 입은 꽃들로 눈을 즐겁게 해줬다.

나뭇가지에서 보송보송한 새싹이 “나, 여기 있어요”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 쓰다듬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또 여러 가지 꽃, 나무와 함께 사슴, 새집 등 작품들이 장식돼 있어 어느 각도에서 보든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산자락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산책로 중간, 중간에는 벤치가 마련돼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일상의 무거움과 번잡함을 내려놓았더니 인근이 차가 많이 다니는 서해안고속도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풀잎 소리, 이름 모를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양, 사슴 모형 조형물과 초록색 식물, 정원 한 가운데 흐르는 물줄기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양, 사슴 모형 조형물과 초록색 식물, 정원 한 가운데 흐르는 물줄기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이로운 식물이 모인 정원

야외 정원 코스가 끝나면 이풀실내정원으로 이어진다. ‘이풀’은 ‘이로운 풀’ 즉 ‘이로운 식물’이라는 뜻의 조합어로, 이곳은 실내에서 언제나 식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즐기는 실내 가드닝(Gardening) 방법을 전시하는 문화공간이다.

이 정원에선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아이가 뛰지 않도록 늘 함께하고, 난간에 오르지 말아야 하며, 식물은 눈으로만 봐야 한다. 외부 음식물 반입도 안 된다.

‘마음속에 초록 나무 한 그루를 키우면 노래하는 새가 날아들 것입니다.’

이풀실내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이 글귀가 관람객을 반긴다. 싱그러운 식물 냄새와 함께 글을 읽으니 공해와 일상에 지친 마음과 몸이 치유되는 것 같다. 1층에는 각종 꽃과 나무, 다육식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귀엽고 저렴해서 습기를 잡아주는 화분을 하나 구매하고 관람로를 올랐다.

이풀실내정원에 있는 울퉁불퉁 못생긴 ‘금사자’ 선인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이풀실내정원에 있는 울퉁불퉁 못생긴 ‘금사자’ 선인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1층과 2층이 이어진 내부는 작은 식물원에 온 느낌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초록빛이 가득한 정원 한가운데로 계류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굽이쳐 흐르고 있다. 지그재그로 구성된 관람로는 걷는 정원이다. 걷는 정원 곳곳엔 처음 보는 신기하고 다양한 식물들이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구부렁구부렁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하니 사슴모형이 초록색 풀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이 풀 목도리는 동남아,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열대상록관목 자메이카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엔 이끼를 뒤집어 쓴 사슴이 보인다. 이끼 쓴 사슴을 지나니 코너에 다다랐다. 그곳엔 울퉁불퉁 못생긴 ‘금사자’, 거미 다리처럼 생긴 ‘황금주’ 등 선인장과 산기슭 양지 바른 곳에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큰봉의꼬리’가 감싸고 있는 작은 항아리분수대가 나온다.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 길을 오를 때마다 작은 마을을 방문하는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다시 반대로 올라가니 흐드러지게 큰 나무에 달린 투명한 유리공이 달려 있었다. 유리공 안에는 솔잎과 빨간색 장식품이 담겨 크리스마스를 연상하게 했다. 호주가 원산지인 이 나무는 균형 잡힌 형태가 아름다워 크리스마스나무로 많이 쓰이는 아라우카리아과 ‘아라우카리아’나무다. 이처럼 이 정원은 사계절의 식물을 모두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걷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보니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가족들과 인생 사진을 찍는 커플들, 추억을 남기려는 외국인 관광객들 등 정겨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식물 냄새를 맡으며 여유를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끝 방은 한쪽 벽면이 모두 식물로 이뤄진 피톤치드 체험공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끝 방은 한쪽 벽면이 모두 식물로 이뤄진 피톤치드 체험공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0

“엄마, 새에요!”

잘생긴 앵무새 커플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작은 새장으로 몰려들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서 지칠 법도 한데 앵무새들은 아이들을 반기는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눈을 마주쳤다.

3층은 다양한 식물의 효능을 전시하는 ‘즐기는 정원’이다. 미세먼지와 공해가 심한 요즘 집안에 두기 좋은 거실의 공기청정기 관엽식물과 화장실에 두기 좋은 내음성 강한 음지식물, 공부방에 놓을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이온 식물 등이 전시돼 있다.

끝 방은 한쪽 벽면이 모두 식물로 이뤄진 피톤치드 체험공간이다. 울긋불긋한 조명이 초록 식물에 색을 더해 예술 작품으로 변신시킨다. 에어컨이 없는 이 체험공간에선 상쾌함이 느껴진다. 이는 벽면에 식물이 식재돼 있기 때문이다. 편백의 피톤치드와 식물이 내뿜는 음이온과 산소는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공기 중 퍼져있는 미세 먼지를 제거해준다.

초록색은 눈에 피로를 가장 적게 주는 색으로 긴장을 완화해주고, 혈압을 낮춰준다. 또한 교감신경계에 최면제 작용을 하며 모세혈관을 확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눈의 피로감을 덜기 위해 생활 속에서 초록색 식물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땐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색적인 식물원을 찾아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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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란 2018-05-01 13:24:43
봄에는 역시 꽃들과 식물들이 즐겁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