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사)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 소장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는 비핵화, 평화체제, 남북관계 개선 등 세 가지였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문제의 경우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남북관계 개선방안만 검토해 보기로 한다. 판문점 선언에서 양측 정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다방면적인 교류를 활성화하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할 뿐만 아니라, 경의선 철로와 도로연결 사업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 동서독 간에 양측의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지만 교류는 활발했다. 독일은 통일 이전에 18년간 관계정상화와 협력을 펼쳐왔는데, 통일 전 동서독 간에는 친지 간, 그리고 교회 간에도 심도 있는 접촉이 계속됐으며, 동독 주민의 경우 서독 방문이 가능했고, 서신교환이나 방송매체의 수신도 허락됐다. 특히 동서독 도시 간 자매결연은 통일 전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북 정상은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상호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고 했다. 현재 북한이 핵개발로 인해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어 경제협력은 지금 당장 어렵겠지만 민간차원의 교류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남북한 간 민간 차원의 교류 중에서 동서독 방식인 도시 간 자매결연보다는 농어촌 군(郡)단위 자매결연 추진을 권장하고 싶다. 

현재 남한에 있는 86개 군 중에서 각 도(道)에서 1개의 군을 선정해 북한의 1개 군과 시범적으로 자매결연을 추진해 보는 방안이다. 농어촌 군(郡)단위 결연을 주장한 이유는 아직도 북한의 경제주체는 농업과 수산업이고, 북한에서 곡식과 수산물 증산은 국가의 핵심 정책과제이기 때문이다. 군단위의 남북교류는 농업 분야에서는 친환경·과학영농 기술 정보 교류, 우수 품종의 종묘 교환과 우수 농산물의 상호 소개 및 물물교환도 가능할 것이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남북 양측이 어선과 그물의 현대화 정보 교류, 어군탐지기술 및 수산물 양식기술의 상호 이전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1월 당시 손학규 경기지사가 ‘남북합작 벼농사 자매결연’을 제안한 바 있으며, 2015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세계일보가 ‘남북한 자매결연’을 주장한 바 있으나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진척이 없이 끝나 버렸다. 이제 4.27 판문점 선언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남북 민간교류의 일환으로 농어촌 군 단위 자매결연을 추진한다면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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